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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찬란한 '불패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후반 22분. 독일 진영 왼쪽을 돌파하던 호나우두가 볼을 뺏겼다. 그러나 그는 돌아서지 않고 상대를 향해 돌진, 끝내 다시 볼을 뺏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히바우두에게 패스한 뒤 골대를 향해 달려들어갔다. 마치 히바우두의 왼발 슛이 골키퍼 올리버 칸에 맞고 나오기를 예상하기라도 하듯. 그리고는 오른발 슛으로 완고하던 '베를린 장벽'을 끝내 무너뜨렸다.

자신이 열어젖힌 성문에 호나우두는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후반 34분. 클레베르손의 크로스를 히바우두가 슬쩍 뒤로 흘리자 그대로 오른발 슛, 잔치를 끝냈다.

독일은 전반 스리백을 앞으로 끌어올려 미드필드에 최후전선을 형성했다. 중원을 주 싸움터로 삼아 체력과 기동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싸우고 싶은 곳에서 싸워라'는 병법에 충실한 이 작전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브라질은 복닥거리는 미드필드에서 힘좋은 독일 선수들과 부딪치느라 부드럽고 매끈한 드리블과 패스 연결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나우두와 칸은 전반 세번 맞붙었다. 모두 칸의 완승이었다. 전반 18분 호나우디뉴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칸과 맞선 상태에서 왼발로 툭 찼으나 볼은 왼쪽 골대를 빗나갔다.

29분. 이번에도 호나우디뉴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 위로 띄워준 볼을 호나우두가 잡았다. 골키퍼와 1대1 찬스였다. 그러나 이번엔 볼 키핑이 길었고, 가까스로 오른발을 댔지만 볼은 칸의 왼손에 걸렸다.

전반 44분 관중석에서 "악"하는 탄성이 터졌다. 클레베르손의 기습적인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1분 후 또 다시 탄성이 메아리쳤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호나우두가 정확하게 왼발 발리슛했으나 이번엔 칸의 오른발을 맞고 튀어나왔다.

전반 끊임없는 야유 속에서도 열번이 넘는 백패스로 김을 뺐던 독일이 후반 들어 공격의 고삐를 바싹 조였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얻은 코너킥을 예레미스가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수비수 발에 맞고 흘렀다.4분에는 뇌빌이 날린 대포알 프리킥이 골키퍼 손을 스친 뒤 오른쪽 골포스트를 때렸다.

독일은 기계같이 냉정하고 조직적이었지만 '호나우두'가 없었다.

요코하마=정영재·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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