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 전사자들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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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국의 바다에 목숨을 바친 네명의 해군 용사는 29일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됐다.

해군 2함대본부 소속 군인 55명과 의장헌병 10여명이 지키는 빈소에서 유가족들은 통고(痛苦)의 밤을 보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장한 사연을 가진 젊은이들이었다.

윤영하(尹永夏·26)대위의 가족들은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에서 묵묵히 오열했다.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었다"가 아버지 윤두호(尹斗鎬·예비역 대위)씨가 한 말의 전부다.

尹대위는 해사 18기인 아버지 尹씨의 장남으로 중학교까지 영국에서 다닌 뒤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가겠다"며 해군에 몸을 담았다.

조천형(趙天衡·26)하사는 지난 15일 첫딸 시은이의 백일을 치르자마자 연평도로 보름짜리 작전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부인 강정순(28)씨는 "남편이 내일이면 돌아올 날이었다"며 울부짖었다.

목수일을 하는 아버지 조상권(61·대전시 용현동)씨는 "천형이가 어려운 집안 환경을 탓하지 않고 높이뛰기 특기 장학생으로 학교(대전대 해양학과)를 다녔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꿈이었다는 황도현(黃道顯·22)하사. 그러나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숭실대 기계공학과 1학년을 마친 뒤 휴학했다. 그리곤 하사관 생활을 해 학비를 벌어 복학하겠다며 1999년 지원 입대했다. 아버지 황은태씨는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가 먼저 떠났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후원(徐厚源·22)하사의 아버지 서영석(徐暎錫·49·농업·경북 의성군 옥산면)씨는 "믿어지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 김정숙(金貞淑·47)씨도 "돈 많이 벌어 효도하겠다더니…"라며 통곡하다 쓰러졌다.

◇빈소=김대중 대통령을 비롯,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 김동신 국방장관·장정길 합참의장 등의 조화가 도열했다.

1계급 특진·내일 해군葬

국방부는 29일 서해 교전으로 전사한 장병 네명에 대해 일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실종된 조타장 한상국(27)중사에 대해서는 생사가 확인되기 전까지 특진 추서를 보류했다.

또 해군은 다음달 1일 영결식을 해군장으로 거행하고 유해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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