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갈까,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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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히딩크(사진) 감독은 월드컵 이후 어디로 진로를 정할까.

히딩크 감독과 축구협의 계약이 29일 터키와의 3~4위전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16강을 넘어 기적같은 4강 진출을 이뤄낸 히딩크 감독의 몸값은 현재 상종가다.

축구협회는 계약연장을 원하고 있다.팬들은 "귀화시켜서라도 히딩크를 잡아야 한다"고 아우성이다.히딩크가 입장표명을 미루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축구협회가 히딩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터져나올 정도다. 월드컵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정몽준 축구협회장이 히딩크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루머들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자 축구협회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8일에는 홈페이지(www11.kfa.or.kr)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축구협회가 히딩크를 붙잡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공개하기도 했다.

히딩크는 선택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최소한 두개 이상의 유럽 클럽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다.

축구협회는 24일 정회장이 히딩크 감독의 숙소를 방문, 최소한 2년 이상 대표팀을 더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히딩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클럽을 맡고 싶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3대 빅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프리메라리가에는 세계 최고의 클럽들이 즐비해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지낸 그의 위상에 걸맞는다. 또 1990년대 발렌시아·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클럽들의 감독을 지내 누구보다 스페인 리그에 정통하다.

프리메라리가 20개 클럽 중 상위권팀이 영입하려 할 경우 수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 한편으로 한국 국민의 열렬한 애정,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히딩크의 마음을 움직여 최종 결단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히딩크 감독은 28일 "한국은 짧은 시간에 내 마음을 훔쳐갔다"며 애정을 표시했다. "한국을 영원히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언제든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어 29일 터키와의 3~4위전 후에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며 잔류가능성도 비쳤으나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히딩크 감독이 일단 유럽 클럽팀으로 옮겨가더라도 상황과 명분이 허락하면 몇년 후에 다시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또 외국 클럽을 맡으면서 한국대표팀 총감독이나 고문 등의 형식으로 한국과의 끈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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