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과목 덫에 걸려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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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이후 치른 첫 시험에서 놀라운 성적 상승세를 보이는 스타가 탄생하는 경우가 있다. 방학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기말고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학생들은 이제 여름방학을 준비한다. 그런데 겨울방학과 달리 여름방학은 짧다. 일단 놀자고 작정하거나, 무심히 며칠을 방심해도 어느새 개학이 코앞에 다가와 있곤 한다. 그걸 알기에 방학이 다가오면 가장 분주한 사람은 학부모다. 국·영·수 학원 하나씩은 기본으로 깔아놓고, 평소 불안했던 사탐이나 과탐 과목학원도 추가할 계획을 세운다. 토플이나 텝스 때문에 어학원도 보내야 하고, 각종 능력시험 준비 학원도 짬을 내 끼워 넣는다. 여기 저기서 중요하다고 말하니 논술 학원도 시작해 보고 싶고, 책 읽을 기회가 적으니 독서학원에도 보내고 싶다. 방학은 짧은데 해야할 것은 너무 많다. 이리저리 학원을 오가다보니 개학이 내일모래다.그러나 여름 방학공부는 전략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학생의 상황에 맞는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모든 과목을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취약과목 극복하기’를 목표로 해도 좋다.

 학생마다 성적의 약진을 가로막는 결정적 취약과목이 있다. 단지 특정 과목에 소질이 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취약과목의 덫은 깊고 험하다. 주요 과목에서 한 과목만 발목을 잡아도 최상위권으로의 도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취약과목에 대한 대안이 뚜렷하지 않고, 그 기간이 오래도록 지속될 때 학생은 학습 의욕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열패감이 스며들고, 심할 경우 진로에 대한 비전마저 상실해 버릴 수 있다.

 여름 방학은 취약과목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한 과목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길고 험난한 길을 가야한다고 했을 때, 여름방학의 집약된 노력은 그 길의 중간까지 질주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게 한다. 작정하기에 따라 여름 방학 동안 아주 많은 것들을 이룰 수도 있다. 수학 기본서 한두 권정도를 끝낼 수도 있고, 영어 문법책을 마스터 할 수도 있다. 한 과목의 모든 기출 문제를 섭렵할 수 있으며, 자신 없었던 단원들과 정면 승부를 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그 두려운 과목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많이 공부하는 것’이다. 학원 강의실에 앉아 수업만 들어서야 실력의 약진은 요원하다. 지금까지 나의 가슴을 옥죄던 막막한 공포심을 극복하려면 그 과목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질적 시간이 담보돼야 한다.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학원 수업 여러 개를 듣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제다.

 무더위 속에서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났을 때, 이제껏 자신을 위축하게 만들었던 그 과목이 만만해 보이고, 새로운 비전이 생겨날 것이다. 9월 모의고사 성적표는 그 학생이 지난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말해주는 생생한 증거물이 될 것이다.

<김송은 대치 에듀플렉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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