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년 된 ‘과르니에리’가 21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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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18세기 제작 바이올린이 사상 최고가인 1800만 달러(약 21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 있는 희귀명품 악기점 ‘베인 앤드 후시(Bein & Fushi)’에 이탈리아의 현악기 장인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니에리(1698~1744)가 제작하고, 19세기 벨기에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앙리 비외탕이 연주했던 ‘주세페 과르니에리 델 제수’(사진)가 매물로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현지 언론 등이 전했다.

과르니에리 델 제수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함께 세계 최고 명품 바이올린으로 손꼽힌다. 현재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전 세계에 약 640개가 남아 있는 데 반해 델 제수는 약 140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희귀성이 더 높다. 특히 앙리 비외탕의 이름을 빌려 ‘비외탕 과르니에리’로 불리는 이번 매물은 과르니에리가 죽기 3년 전인 1741년 제작된 그의 최후 작품 가운데 하나다. 269년 전에 제작된 이 바이올린은 영국의 거부이자 음악 애호가인 이언 스토츠커의 소유로, 그동안 세계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예후디 메뉴인, 이츠하크 펄먼, 핑커스 주커만 등이 연주했었다.

악기점 사장인 제프리 후시는 “과르니에리는 풍부한 초콜릿에,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딸기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비유할 만하다”며 “과르니에리가 종종 더 깊고 진한 소리를 낸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명품 악기 수집가 10여 명에게 바이올린을 선보였고, 이 중 일부는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과르니에리 델 제수는 1000만 달러(약 120억원)에 러시아의 부호에게 판매됐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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