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0 상반기 펀드 평가] 2관왕 차지한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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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싸워 주가를 올렸다. 우격다짐을 했다는 것은 아니고 사업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했다는 뜻이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의 이원일(51·사진) 사장이 밝힌 2관왕 비결이다.

중앙일보와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2010 상반기 펀드 평가에서 이 회사는 베스트 펀드를 낸 동시에 베스트 중소형 자산운용사로도 뽑혔다. 베스트 펀드와 베스트 운용사는 상반기뿐 아니라 최근 3년간 얼마나 안정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나를 기준으로 정한다.

베스트 펀드인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C/A)’는 올 상반기 11.41%, 3년간 29.6%의 수익을 냈다. 금융위기로 인한 폭락과 2009년의 반등, 올 상반기의 요동치는 장세 등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펀드임을 입증했다.

이 펀드는 70%가량을 대형주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고르고 고른 중소형주에 투자한다. 대형주로 안정을 꾀하고 중소형주로 수익을 노렸다. 중소형주는 ‘경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고치면 확 달라질 기업’을 가려낸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CEO가 이공계 출신이어서 재무나 마케팅을 잘 모르는 벤처 등이다. 이런 곳에는 무료로 재무·마케팅·전략 컨설팅까지 해 준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펀드여서 투자기업의 지분을 5~10%는 확보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일종의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라고 했다. 하지만 ‘장하성 펀드’와는 선을 그었다.

“그들은 언론에 대고 경영·사업구조를 비판한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문을 닫고 CEO와 사업 방향을 논의한다.”

사업과 경영구조를 바꿔 주가를 올리는 것이 목적이어서 주식을 한 번 사면 2~3년은 놓지 않는다. 사업 방향에 대해 CEO를 설득하다 듣지 않으면 털고 나온다고 한다.

이 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어느 쪽 편을 들어 달라고) 높은 곳에서 압력도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굽히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결정을 하려 하지만 힘든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8%였다. 은행 정기예금 반년치 이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나마 1분기에 1.1% 손실을 냈다 2분기에 만회한 게 위안거리다. 남유럽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요동친 상반기 장세 탓이다.

해외 주식형 수익률은 -6.44%였다. 운용자산 1조원이 넘는 베스트 대형 운용사로는 KB자산운용이 선정됐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순자산 300억 이상~1조원 미만인 중소형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최고에 선정됐다.

이번에 베스트 펀드로 뽑힌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말고도 ‘알리안츠코리아[주식](C/A)’ 등 우수 펀드를 갖고 있다. 이 사장은 베스트 운용사에 선정된 비결을 “중소 상장사를 잘 들여다보는 리서치의 힘”이라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중소기업 리서치를 많이 줄였다. 지금 증권사 중에 제일 큰 곳이라 해 봐야 100여 곳 남짓한 중기를 들여다보는데, 우리는 350여 곳을 파악하고 있다. 투자하기 전에 몇 번 기업 오너를 만나 주주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하현옥·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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