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겸손 겸비 폭발력 지닌 관상 : 인상학자 주선희가 본 히딩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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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상(人相)으로 보는 거스 히딩크(56)는 어떤 인물일까. 저명 인상학자인 주선희(朱宣姬·43·사진)씨가 매스컴에 등장한 히딩크의 여러가지 표정·행동·발언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주씨는 조선조 관상감의 후예로 20대 후반에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현재 학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대학·기업·방송 등에서 강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얼굴 생김새뿐 아니라 체격·언변·걸음걸이까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사람의 성품과 운명을 제대로 파악하고 또 노력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음은 주씨의 분석내용.

히딩크는 상(相)이 좋다. 겉으로 보이는 인상보다 무형의 인상인 '느낌'이 더 좋다. 눈·코·귀·입을 따로 볼 때보다 분위기 전체가 더 좋다. 날카로우면서도 온화하다.

우선 얼굴. 코와 턱의 끝은 미국 영화배우 커크 더글러스나 로버트 미첨처럼 위아래로 갈라져 있다. 인내심이 몹시 강한 상이다. 의사들한테 "그동안 어지간히 아팠을텐데 왜 이제서야 왔느냐"는 소리를 자주 들을 타입이다.

코에 氣 뭉쳐 있어

미간(眉間)에는 두개의 세로 주름이 있다. 오랜 세월 집중과 숙고를 벗삼아온 때문인 것 같다. 아프거나 짜증을 자주 내 생긴 모양과 다르다.

눈은 돌출된 뇌다. 눈으로 말한다는 말도 있다. 커다란 그의 눈동자는 화려한 성격에 자기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경기 상황이 어렵다 싶을 때는 눈이 가늘어지고 가끔 위로 각이 지기도 한다. 풍부한 영감을 엿보게 한다.

눈 옆의 잔주름은 나이 탓이라기보다 아내와의 관계, 여성편력 등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반듯하지만 서양인치곤 결코 높지 않은 코.그래서 자신을 낮출 줄 안다. 하지만 코끝은 살짝 올라가 있다. 그의 기(氣)는 코에 뭉쳐 있다. 순해 보이지만 폭발할 때는 무섭게 폭발하는 그의 저력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코끝에 숨어 있다.

능란한 말솜씨는 갈매기 모양의 입술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화를 내거나 흥분할 때에도 그의 언변에는 조리가 있다.

눈옆 잔주름 여성 편력

좌우 입가가 다소 처진 것은 웬만한 성과에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거나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면 일이 잘 안풀릴 소지가 있음을 드러낸다.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人中)은 잘생겼고 평평하게 자리를 잘 잡았다. 부부지간이 화기애애하지는 않아도 지킬 것은 지키는 사람이다. 의식주가 풍부할 상이다.

눈썹은 그리 잘 생기지 않았다. 잘생겼으면 인맥으로 살 만큼 대인관계가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도와줄망정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한다.

뺨과 인중 사이의 미소선(微笑線)이 칼로 그어놓은 것 같은 사람은 자기 주장이 강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 선이 뚜렷해지는데 히딩크의 미소선은 50대인 연령 치고는 약하다. 그래서 상대방 주장도 귀담아 듣는다.

광대뼈는 튀어나오지 않고 적당하다. 과시적인 자존심은 내세우지 않는 편. 그러나 내 마음에 들어야, 임자를 만나야 일할 사람이다.

얼굴 외적인 면도 살펴보자.

히딩크는 관전할 때 팔짱을 잘 낀다. 뛰어들기보다 지켜보겠다는 자세로 차분함이 배어난다. 팔짱을 낄 때면 엄지를 반드시 세운다. 팔짱은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편일 수 있다. '오대영 감독'이란 비아냥을 들을 때나 월드컵 4강을 이뤄낸 직후나 그는 자기 거취에 대한 주변의 입방아에 심중을 속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세운 엄지는 뚜렷한 자기 주관이다. 자기 전문 분야에선 누구에게든 굽히지 않겠다는 자신만만함이다.

그의 제스처 중 백미(白眉)는 권투의 어퍼컷 동작이다. 손이 일단 내려오다가 강하게 올라간다. 그의 말투 역시 밑에서 위로 올라간다. 하강-상승하는 어퍼컷은 일이 막히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능숙한 작전변화, 또는 융통성, 파도 같은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스페인과의 대전 때 이런 면은 극에 달했다.

꽉 졸라맨 넥타이는 치밀함

튼튼한 하체는 흔들리지 않는 느낌과 함께 어퍼컷을 더욱 강력하게 보이게 한다.

그는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넥타이를 꽉 졸라맨다. 옷 매무시에도 빈틈이 없다.

매우 체계적이고 치밀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습관이다. 축구 감독이 아니었으면 회계사·건축가처럼 주도면밀함을 요하는 일을 했을 것이다.

히딩크는 이런 치밀함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순간까지 화려하게 끝마무리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축구에서만 변화를 구사하는게 아니다. 떠날 시기, 갈 곳까지 변화의 흐름을 타고 매끄럽게 처리하려는 것이다.

히딩크는 한국에서 생애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뺨의 혈색에서 느껴지듯 인생의 황금기를 구가했다. 한국을 떠나면 다시는 이런 시절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는 듯하다.

정리=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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