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통신株 단기악재 그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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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나고 미국 통신업체 월드컴이 대규모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올 들어 미국 증시침체의 주된 요인이었던 실적 부진과 기업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한꺼번에 불거진 것이다.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통신업체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표참조>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악재에 국내 투자자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삼성전자는 마이크론과 달리 실적호전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회계 부정도 미국기업들의 문제라는 것이다.

세계 D램 시장점유율 2위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5일(현지시간) 증시가 폐장한 직후에 3분기(3~5월)의 주당 순손실이 주당 4센트라고 발표했다.이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주당 6센트의 이익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3분기에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은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마이크론이 전세계 D램시장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업체들도 D램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2조9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다 2분기에도 1조9천억원의 영업이익(동양종합금융증권 추정)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사업 외에도 휴대전화·TFD-LCD사업부문에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다만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D램가격이 회복돼야 삼성전자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월드컴의 회계 부정으로 단기적으로 미 시장에서 주식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월드컴이 통신서비스 산업에서 AT&T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에너지거래 산업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미 기업들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뒷걸음질해온 미 증시가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외국 펀드들이 세계 통신주에 대한 비중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내 통신업체에 미칠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미래에셋증권 김경모 연구원은 "국내 통신업체들은 모두 내수 소비에 의존하는 만큼 해외변수로 인해 실적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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