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아시아로 넘어갈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월드컵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 23일 스포츠면을 통해 발령한 경보다. 포스트는 이날 1면 신문 제호 상단에 "한국과 터키가 4강에 진출했다"는 특보를 실었다. 포스트는 "변방팀으로 간주됐던 한국팀이 이제는 우승후보로까지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7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이 아시아팀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7월 1일자)도 "한·일 월드컵은 강팀들의 무덤이 됐다"고 전했다.뉴스위크는 '강팀들의 무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개발도상국은 스피드와 체력으로 화려하게 떠올랐지만 이를 망각한 강국들은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연일 한국팀 칭찬에 분주한 일본 언론은 이제 한국의 국호(國號)까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4일 "'대한'이라는 국호는 '크다'와 '하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한국은 한세기에 걸친 꿈이었던 '크고 하나 된 나라', 즉 '대한민국'의 실현을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맛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언론들은 한국팀의 4강 진입 뒤 "'한국 정신'을 배우자"며 한국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홍콩 경제일보는 21일 사설에서 "한국팀이 월드컵 4강에 들어간 것은 선수들이 잘 뛰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이 단결심과 개방정신을 갖고 응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명보는 '심판 매수설'에 대해 "서방세계의 제3세계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은 아예 한국팀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신문은 24일 '코리아, 코리아, 코리아, 오이(Oi) 오이 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본지는 공식적으로 한국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이제 모든 한국인은 호주의 '명예시민'이라고 할 정도로 붉은 악마는 호주인에게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고 감격했다.

한편 '심판에 의한 승리' '승부조작의 검은 의혹'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한국 축구팀을 비난하던 중국 언론들이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24일 '스스로를 먼저 반성하자'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한국 축구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은데도 우리는 야유를 보내기에만 바빴다"고 개탄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한국팀 경기를 중계하면서 상대 유럽팀만 옹호했던 중국TV의 해설자를 겨냥해 "만일 그가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마치 유럽 방송을 보는 것으로 착각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도 이날 월드컵 특집기사에서 '한국 8강 시샘하는 중국 언론'(본지 6월 22일자 13면)기사를 전문 번역해 소개하면서 "한국팀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역설했다. 청년보는 이 기사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두고 이탈리아 등 한국에 패배한 국가와 중국 등 두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들린다"면서 "유럽국가들은 그렇다치고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서울=진세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