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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응원전 아줌마들도 태극기 패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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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탱크톱(어깨가 드러나는 짧은 상의)에서 고쟁이까지.

'태극기 패션'이 거리에 물결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지난 18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던 전국 곳곳 길거리 응원의 현장에선 두건·스카프·치마·바지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 태극기가 뭇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다른 사람이 다 입는 빨간 티셔츠보다 훨씬 튀잖아요."

태극기 탱크톱을 입고 서울시청 앞에서 길거리 응원에 나섰던 대학생 정현나(21·서울 오륜동)씨는 "이전에는 촌스럽게 느껴졌던 태극기 문양이 요즘엔 너무 예뻐보인다"며 활짝 웃었다.

◇왜 태극기 패션인가=전문가들은 태극기를 이용한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월드컵 열기로 고조된 애국심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미국에선 9·11 테러 사건 이후 성조기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애국심 패션'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중앙대 의류학과 정흥숙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성조기가 옷·모자는 물론 컵이나 그릇같은 식기, 자동차 실내 장식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태극기는 흰 바탕에 빨강·파랑·검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다른 어느 나라 국기보다 아름답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통해 태극기가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면서 디자인적 가치가 재발견된 만큼, 월드컵 이후에도 태극 무늬를 응용한 다양한 패션 상품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접 만드는 태극기 패션=22일은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있는 날. '나만의 태극기 패션'으로 응원 패션의 첨단에 서보는 것은 어떨까.

대형 태극기를 어깨에 망토처럼 두르거나 소형 태극기를 접어 두건을 만드는 것은 가장 간단한 방법.

좀 더 튀고 싶은 젊은 여성이라면 태극기 탱크탑을 시도해 볼 만하다. 탱크톱을 만들 땐 어깨끈으로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체인이나 금속 고리 등을 이용하면 개성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속옷 가게 등에서 판매하는 누드 어깨끈을 달아도 된다. 허리 부분에 다트를 넣으면 몸에 달라붙는 좀 더 섹시한 옷이 된다.

치마의 경우 안감을 넣기가 귀찮다면 가지고 있는 치마 위에 태극기를 덧둘러 입는 것이 편하다. 바지를 만들고 싶다면 태극 마크와 건곤감이가 보이는 위치에 신경 써 재단해야 한다. 자칫 무늬가 엉뚱한 위치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가지고 있는 티셔츠나 바지 등에 태극 무늬 등을 덧대는 방법으로도 훌륭한 태극기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이 때 정형화된 태극 무늬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부분만 보이게 하거나 조각 조각을 연결해 연출하면 세련되고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면 태극 마크 위에 스팽글 등 장식품을 달아도 된다.

페이스 페인팅을 하듯 흰 티셔츠나 남방, 바지·치마 위에 '패션 페인팅'을 이용해 태극기를 그려넣을 수도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등에서는 옷 위에 '나만의 태극기'를 그릴 수 있는 섬유용 물감을 판매한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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