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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월드컵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국코카콜라의 월드컵 관련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고경곤(39·사진)이사는 사내에서 '월드컵의 사나이'라 불린다. 1991년 입사 후 줄곧 월드컵 마케팅에만 매달려 온 경력을 바탕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열성 때문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고객 중 7백77명을 선발해 구성한 '코카콜라 777응원단'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다. 미국 코카콜라 본사는 이 기획을 "월드컵을 마케팅에 접목한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애틀랜타 본사 건물에는 응원전 모습을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2천1백여명의 고객을 선발해 777응원단을 만들었다.

이번 월드컵에 처음으로 시도한 '코카콜라 월드 사이버컵'도 高이사는 기획했다. 매번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참가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유소년 축구팀이 본 경기에 앞서 친선경기를 펼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장마 때문에 잔디가 상할 것을 우려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유소년팀 경기를 취소시키자 高이사는 온라인 축구게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高이사는 월드컵 기수단·볼스태프(볼보이) 선발, 운영을 책임졌다.

高이사는 "단기 결과에 연연하는 마케팅 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777응원단이 입는 붉은색 티셔츠에 붙어있는 코카콜라 로고는 5㎝ 크기도 되지 않고, 사이버컵도 코카콜라가 주최하는 것을 모르는 관람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94년 미국 월드컵 때 모집한 1백50명의 응원단에 회사 로고가 큼지막하게 찍힌 티셔츠를 입혔는데 '우리가 광고판'이냐는 항의를 받고 느낀 점이 많았다"며 "소비자가 아무런 부담 없이 응원이나 게임을 즐기는 가운데 제품과 회사에 대한 친밀도를 더해가는 전략이 장기적 관점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개막전 이후 한차례도 집에 들르지 못했다는 그는 "너무 피곤해 월드컵경기장에서 졸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대회를 치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웃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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