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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쇼크’ 한 번이면 족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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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휴대전화기의 진화 못지않게 TV도 혁명에 가까운 변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성큼 다가가고 있다. 요즘 TV는 정해진 시간에 가족이 모여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보내주는 콘텐트를 시청하는 ‘바보상자’가 아니다. 웹 서핑과 온라인 쇼핑은 물론 언제든지 원하는 콘텐트를 보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까지 방송할 수 있는 ‘스마트(똑똑한) TV’다. 구글TV는 무선인터넷에 기반을 둔 구글폰과 똑같은 화면과 서비스를 보여준다. 이처럼 방송과 통신이 궁극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추구하기에 세계적으로 방통 융합 트렌드가 확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휴대전화기와 TV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지난해 미디어법이 통과될 때 세상이 시끄러웠던 것도 ‘방송이니까’라는 정치적 개념으로 받아들인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그것들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그런 고정관념은 무너질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일구는 데 기여한 국내 통신·제조 업체들은 애플의 아이폰 한 방에 체면을 구겼다. 사실 아주 새로운 기술이 아닌데도 세계는 아이폰에 열광했다. 지난해 말 아이폰이 상륙한 국내에선 ‘우물 안 개구리’식 콘텐트 유통구조가 무너지는 충격을 경험했다. 이런 충격은 방송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구글TV처럼 방송광고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비즈니스가 돌풍을 일으키면 현재의 방송사 수익구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개방형 구조인 인터넷 기반에선 사업자끼리만 주고받는 기존의 폐쇄적 방송·통신 시장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인터넷이라는 문을 통해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손수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미래는 우리나라 통신과 방송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이에 대비해 우리 경쟁력의 현주소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 지표가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첫째는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둘째는 건국 이래 가장 많은 벤처업체가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공공 부문에서 시작된 정보화 노력 덕분에 오늘날 전자정부 부문 세계 최고 모범사례로 꼽힌다. 또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 면에서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부러워한다. 정부의 ‘벤처 확인제’ 도입 이후 12년 만에 국내 벤처업체 수는 2만 개를 넘어섰다. 벤처업체는 국내총생산(GDP)의 8%, 수출액의 3.2%, 고용의 3.2%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면 인터넷 강국에서 모바일 후진국으로 전락한 수년간의 전철을 되밟게 된다.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가 창의적 기업이나 개인을 만나 꽃을 피우려면 좁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bang5555@kisdi.re.kr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