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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지식인 갈레아모...에코 빰치는 에세이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책 중반까지 이어지는 남미 축구사가 낯선 데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송곳 찌르는 듯한 문장 때문이다.

다만 번역판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최근 열린 월드컵 부분을 앞으로 끌어내 편집하고 번역투의 문장을 다듬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갈레아노의 축구 사랑은 최근 들어 비판 강도가 더욱 세지고 있다. 며칠 전 아르헨티나 신문 '파히나 12'에 축구 현실을 '로봇화'에 빗대 패러디한 글이 그렇다.

"두 개의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고 있다. 하나는 살과 피로 된 선수들이 하는 경기지만, 다른 하나는 같은 시간대에 로봇들이 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선수 팀들이 대한해협을 마주보고 있는 일본의 항도 후쿠오카에서 2002 로보컵을 다툰다. 로봇들의 토너먼트전은 매년 자리를 옮겨가며 열린다. 벌써 여섯번째다. 로보컵 대회를 조직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진짜 선수들과 맞붙게 되길 기대한다. 마침내 이렇게 말한다. 체스 경기에서는 이미 로봇이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눕혔다고. 로봇 선수들이 축구 경기장에서 유사한 쾌거를 이루리라고 상상하는 것이 뭐가 문제야. 기술자들이 정보를 입력한 로봇 선수들은 방어에 강하고, 공격에는 빠르며, 대포 슛을 날린다. 축구공을 가지고 연습할 필요도 없다."

그 삐딱이 저자가 『축구, 그 빛과 그늘』에서 뱉어낸 독설도 다시 새겨 보자.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다섯번째 우승국이 되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스포츠 거대산업 아디다스는 그런 영광을 누렸다. 아디다스는 프랑스와 함께 금으로 된 우승 트로피를 높이 치켜들었고, 지네딘 지단과 함께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했다."(3백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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