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임시국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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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미국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기 전에 잠정조치로 임시국가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동평화안이 곧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파월 장관이 이러한 구상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시국가 수립 구상=파월 장관은 이날 아랍어 일간지 '알 하야트'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임시국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임시국가란 정식국가와 달리 영토는 없지만, 영토와 비슷한 공간을 확보하고, 행정관청 등 국가구조를 갖춘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장관은 "오는 8월까지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아랍권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참여한 중동평화회담을 열고 미국이 팔레스타인 임시국가를 승인하면 이·팔이 최종 독립협상을 갖는 3단계 수순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하고 "현재로서 임시국가 수반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구체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정부 내 이견=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파월 장관의 발언 직후 "외국 지도자들이 미국에 제안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를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서둘러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은 최근 아랍·유럽정상들과 연속회담을 끝내고 독자적인 중동평화안을 확정했으며 이를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발표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평화안에 어떤 형태로든 임시국가 수립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다른 고위 관리도 이날 "부시 대통령이 임시국가안을 신중히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의 논평을 전해들은 파월 장관은 "내 발언과 정부 공식입장 사이에는 거리가 없다"며 이견을 부인했다. 소식통들은 "부시 대통령은 성명발표·특사파견 등 지금까지 해온 중재방식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곧 발표할 중동평화안에는 임시국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평화안과 다른 대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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