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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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사형 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혔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다. 나는 진창 속에 길게 쓰러졌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 그러고는 광적으로 못된 곡예를 했다. 하여 봄은 나에게 백치의 끔찍한 웃음을 일으켰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하마터면 마지막 '꾸악' 소리를 낼 뻔했을 때 나는 옛 축제의 열쇠를 찾으려고 마음먹었다. 거기에서라면 아마 욕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자비가 그 열쇠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나는 꿈꾸어왔나 보다.

-랭보(1854~91)'지옥에서 보낸 한 철' 중:김현 역

이런 땡초! 땡볕 속 익지 않는 땡감! 여물 대로 여문 생사(生死) 속으로 기어들어가, 한 입 피거품 버무린 사리(舍利)를 뱉어내는 생날라리! 축생사(畜生寺) 뒤편의 왕벚나무는 네가 심은 것. 축생사 아귀들의 왕날라리 주지 스님, 그의 식성은 전혀 까다롭지 않아서, 지혜의 연꽃과 자비의 연뿌리 빼고 아무 거나 잘 먹는다. 모래주머니 그의 위 속엔, 천년 모래 속에 숨죽인 병마용들 지키고 있고.

이성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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