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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이 바라고 인간이 꿈꾸어 역사는 탄생된다/신은 모든 육지가 하나되고, 나누어지지 않는 하나의 대양을 원했다/이제 그 모든 것이 너에게 바쳐졌고/너는 바다로 바다로 꿈을 찾아 나갔다/대륙 속의 섬같이 보잘것없는 변두리 소국/세상 끝까지도 비추어 주는 등불을 보고 전진했다/그리고 갑자기 너는 보았다/심연의 바다 저 멀리에서 솟아오르는 둥근 대지를/너를 성스럽게 한 이는 너를 포르투갈인으로 창조하였고/우리는 바로 너에게서 바다를 느꼈다/바다는 이루어졌으나 제국은 사라져 버렸다/하나님, 이제 포르투갈은 이루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의 '왕자'라는 시다.

포르투갈은 15세기에 최초로 대항해(大航海) 시대의 문을 열었다. 포르투갈이라는 국명도 '평온한 항구'라는 뜻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항해왕'으로 불린 엔리케 왕자(1394~1460)의 열정은 바르톨로뮤 디아스의 희망봉 발견,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항로 개척, 알바레스 카브랄의 브라질 발견으로 이어졌다.

고기를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고 냄새도 덜어주는 후추 같은 향료를 탐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먼 바다로 떠난 용기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엔리케 같은 이의 집념과 적극적인 지원, 최신형 범선(카라벨), 고도의 항해술 덕분에 포르투갈은 유럽의 변두리 국가에서 일약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했다. 16세기 포르투갈의 민족시인 루이스 카몽이스는 "보라,유럽의 끝에 포르투갈이 있다. 거기서 대지가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며 청년들의 모험심을 한껏 고취했다.

진취적인 역사의 자취는 포르투갈 국기에도 남아 있다. 1910년 혁명으로 공화정이 시작되면서 포르투갈 국기의 바탕색은 종전의 청색·백색에서 녹색(왼쪽 부분)·적색으로 바뀌었다. 녹색은 성실과 희망, 적색은 대항해 또는 공화국 성립 과정에서 흘린 피를 상징한다. 국기 가운데의 방패 뒤에 있는 둥근 무늬는 별자리·적도 등을 기록한 항해용 천구의(天球儀)를 나타낸다.

포르투갈이 오늘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과 한판 승부를 가린다. 한국민처럼 포르투갈 국민도 "이제 이루는 것만이 남았습니다"라며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멋진 페어플레이와 그에 걸맞은 응원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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