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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투표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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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진정한 국민의 힘은 정치권을 비판만 하는 큰 목소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는 데서 나온다."(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

"생업에 바쁘더라도 꼭 투표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선택해달라.월드컵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애국심을 내일 선거에서도 발휘해달라."(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투표하지 않으면, 낡고 부패한 정치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특히 20,30대 유권자는 축구 대표팀을 성원했듯 투표에 참여해달라."(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민이 잠자면 불법선거가 판을 친다" "무관심하고 냉소주의에 빠지면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시한다."(서울YMCA 유권자 10만인 위원회)

6·13지방선거 하루 전인 12일 각계에선 이렇듯 '투표하자'는 말이 넘쳐났다. 그만큼 예상 투표율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선관위 여론조사에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45.1%에 불과했다고 한다. 1998년엔 67.8%였지만 정작 투표율은 52.7%에 그쳤다.

사실 어디를 봐도 투표율이 올라갈 만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월드컵 기간과 겹쳤다. 정치권은 비방·음해·폭로에 총력전을 전개했다. 선거기간에 정책과 비전 대결은 희미했다.

정치권은 12일까지도 "불법 감시활동을 하던 민주당 운동원들이 한나라당이 동원한 괴청년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있는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흔적을 발견했다. 후보와 가족들이 미행당하고 공갈·협박을 받았다"고 열을 올렸다. 볼썽사나운 모습들이다.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점만은 기억하자. 오늘 뽑히는 시·도지사 16명 등 4천4백15명이 71조원이 넘는 돈(올해 예산 순계 기준)을 굴리고 또 집행한다. 주차단속 등 생활과 밀접한 수천가지의 인허가·단속권도 이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다.

행자부 집계론 98년 당선된 시·도지사 중 5명(31%)이 구속, 또는 입건됐고 기초단체장 중 46명(20%)이 사법처리됐다고 한다. 무관심은 이같은 무자격 당선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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