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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입맛에 맞춘 재미있는 음식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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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동시가 “비빔밥 같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자의 눈과 입과 몸을 다 즐겁게 만들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비룡소 제공]

“시는 머릿 속으로 열을 내며 써야 하는데, 동시는 쓸 때부터 신나고 재미있어요. 시인이 (성인)시만 써야 고매하다고 평가해주는 분위기가 있지만, 동시도 계속 열심히 써볼 생각입니다.”

『연어』의 작가 안도현(49) 시인이 동시집을 냈다. 음식을 소재로 아이다운 상상력을 풀어낸 『냠냠』(비룡소)이다.

‘맛의 도시’ 전북 전주의 시민답게, “어떤 음식이든 먹어보면 만들 수 있다”는 요리의 달인답게, 그가 시어(詩語)에 담아놓은 음식 이야기는 맛깔스럽다. “좍좍 퍼붓는 굵은 장대비로는 칼국수를 만들자/가랑가랑 내리는 가는 가랑비로는 소면을 만들자/오고 또 오는 질긴 장마비로는 쫄면을 만들자”(‘빗줄기로 국수를 만드는 법’) 등 입맛을 돋우는 동시 40편을 모았다.

그는 “이번 시집을 내면서 어린이 10여 명에게 감수를 받았다”고 했다. 시 한 편 한 편을 읽게한 뒤 ‘○×’표시를 하도록 시켰단다. 기준은 오직 하나. 재미있냐, 재미없느냐만 따지도록 했다. 아이들 특유의 엉뚱한 상상력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시도였다. 그 결과 “너, 언제 미용실 가서 파마했니?”(‘국수가 라면에게’), “누가 이렇게 많이도/까만 똥을 싸 놓았을까?“(‘볶은 검정콩’) 등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동시들이 추려졌다.

그의 동시관은 “아이들이 읽고 흥을 느껴야 한다”이다. 동시의 리듬 때문이든, 내용 때문이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시로 아이들에게 교훈을 심어주려는 엄숙주의와, 동심은 모두 착하고 예쁘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동심 천사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획일적인 묘사에 대한 경계도 강조했다.

“학교 교육에선 ‘토끼는 ○○○○’이라고 적어놓고 빈 칸을 채우라고 합니다. 정답은 ‘깡충깡충’이지요. 그런데 토끼가 깡충깡충 뛰는 거 실제로 본 적 있나요? 저는 늘 토끼장 안에서 ‘엉금엉금’ 기는 토끼만 봤는걸요.”

그는 “동시가 아동문학계 안에서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현실에 화가 난다”는 말도 했다. “90∼100년 전 시문학 초기엔 윤동주·정지용·권태응·박목월 등 중요한 시인들이 동시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발표했다”면서 “기성 시인들의 동시 참여가 늘어날수록 동시의 외연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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