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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인터뷰] "지원금 대부분 시설 건립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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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기술이 불과 5억~6억원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국제특허 출원에 어려움을 겪는 사실은 우리나라 특허 시스템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수의과대 연구실에서 황 교수를 만나 직접 설명을 들었다.

-과학기술부 등이 황 교수에게 내년도 연구지원 예산으로 265억원여를 배정했다. 그런데도 특허출원 비용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 부분은 잘못 이해될 수 있으니 정확하게 설명하겠다. 지원예산 대부분이 무균 복제돼지 사육시설이나 영장류 실험시설 건립 등 인프라 확보에 주로 쓰일 예정이다. 인프라 구축이 아닌 복제 및 줄기세포 연구에 배당되는 건 15억원 정도다. 그것도 함께 연구를 진행 중인 다른 국립대 등과 나눠 써야 한다. 연구원 인건비나 재료비로도 빠듯하다."

-이번 특허권을 가진 서울대 측이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 서울대산학협력재단이 소유권자가 된다. 하지만 재단 재정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아직 대학 연구자들의 특허관련 비용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대학들은 기부금을 넉넉하게 받아 재단 형편이 좋고 거기서 특허출원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 주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나중에 이익이 생기면 특허권자인 재단이나 정부의 차지가 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하지만 발명자에게도 어느 정도 인센티브가 있지 않겠나. 외국의 경우는 그렇다고 알고 있다. 서울대 교수는 공무원이니 현 시스템 아래서는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기업에서 지원 제안은 없었나.

"솔직히 국내외 로펌에서 특허와 관련된 모든 절차나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제안을 수없이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해 학교 측에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애써 학교가 기술을 개발해 놓고 (이익을 사기업들에) 다 뺏길 수 있지 않겠나.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의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말고도 돈이 부족해 특허출원을 못한 경우가 있었나.

"또 있다. 복제 돼지를 이용한 바이오 장기 개발 기술은 현재 개별 국가에 특허출원을 해야 하는 단계다. 내 후원회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돈이 모자라 출원 희망 7개 국가 중 미국과 일본에만 하려고 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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