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 삼각대 세우라고?" 전문가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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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100m를 걸어가 삼각대를 설치하라는 건가요?”

5일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3일 오후 발생한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가 삼각대 미설치로 인한 대형 2차 사고라는 지적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여름연가’라고 자신을 밝힌 이 네티즌은 “내가 (차로 한 가운데 정차했던) 마티즈 운전자라도 삼각대 설치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며 “도로교통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로 인해 고속도로 상의 고장ㆍ사고 시 안전 수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사고 당시 이 도로(편도 3차로)의 2차로엔 마티즈 승용차가 엔진 고장으로 멈춰서 있었다. 운전자 김모(45ㆍ여)씨는 비상등만 켠 채 갓길에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도로교통법 상엔 이 운전자가 고장 지점에서 100m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그게 더 위험할 것 같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핑크색까마귀’라는 또다른 네티즌도 “도로 한복판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려고 드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미국에선 법규 상 갓길에 정차했을 때만 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도로 한복판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삼각대 설치 위치나 방법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엇갈린 설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천수 책임 연구원은 “이럴 경우 운전자의 안전과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갓길에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2차로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은 권할만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갓길에 삼각대를 설치해도 100m 후방이라면 충분히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홍왕희 교수는 이 주장에 반박했다. 갓길이나 다른 차로에 삼각대를 세울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도로 복판에서 삼각대를 세우는 게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해당 차로에 세우지 않으면 차량들이 사고 지점을 정확히 식별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해당 차로에 삼각대를 세우는 게 최선의 안전 수칙”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방법은 차를 갓길로 옮기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일단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안전을 위해 갓길로 대피해야 한다. 운전자는 삼각대를 세우고, 전자 신호봉이 있다면 이를 위 아래로 흔들어 주의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좋다. 빨강 야광색 전자 신호봉이 없다면, 색깔이 분명한 다른 사물을 흔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럼 다른 탑승자들은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 박천수 연구원은 “운전자를 제외한 탑승자들은 사고 지점에서 50m 전방으로 이동해 도움을 기다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갓길보다는 갓길 너머의 가드레일을 건넌 지점이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설문] 사고의 책임 누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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