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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MBC'이제는 말할 수 있다'방영 지난달 두 차례… '6·25, 일본 참전의 비밀' 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1일과 29일 두 차례, MBC의 시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2001년 6월 22일 방송분)의 '6·25, 일본 참전의 비밀'편(연출 박진식)을 방영했다. 북한이 남한 TV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C '통일전망대' 팀 관계자는 "최근 북한 TV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던 중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원래 50분 분량이던 프로그램을 15분 가량으로 재편집한 뒤 북한 아나운서의 내레이션(해설)을 덧씌웠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 도입부에서 '이 편집본은 남조선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자료를 그대로 편집한 것'이라는 안내 자막도 담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현재 남북한 간에는 방송 프로그램 교류에 관한 원칙이나 채널이 없다. 따라서 조선중앙TV의 이번 방영은 MBC에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

'6·25, 일본 참전의 비밀'은 한국전쟁 때 일본이 병력 지원은 물론 각종 자문에 응한 사실을 관계자들의 증언과 관련 문서들을 통해 파헤쳤다. 일본 국회의 문서에는 1950년 10월, 1천2백여명의 일본 옛 해군이 원산 앞바다의 기뢰제거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제정한 평화헌법의 '무장해제와 해외파병 금지'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제작진은 또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 부대 관련자들이 한국전에서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에 조언했다는 의혹도 파헤쳤다. 일본 정보장교들이 일본에 주둔한 연합국 최고 사령부에 한국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50년 8월에는 세명의 일본 정보장교가 한국에 와서 인천 상륙작전에 대한 자문에 응했던 사실 등도 담겨 있다.

북한이 이 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일본이 한국전쟁에 직접 개입했다는 사실을 제시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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