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물학에대한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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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41면'사회생물학'에서 계속

이런 점에서 볼 때 예를 들어 페미니스트들과 잘못 꿴 첫 단추는 여간 서운한 게 아니었다. 가장 굳게 손을 잡았어도 시원치 않았을 두 분야가 그 동안 공연히 원수처럼 지낸 것이다. 사회생물학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 줄잡아 거의 10년간 스스로 사회생물학자임을 밝히기 꺼렸던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여류 사회생물학자들을 중심으로 서로 간의 이해 부족으로 생긴 응어리를 푸는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사회생물학은 기본적으로 진화생물학이다. 다윈의 자연선택론에 입각하여 사회행동의 기원과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사회생물학이 기존의 사회학과 다른 것은 행동의 기원과 진화를 우선 유전자 수준에서부터 분석한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이 아무리 날고 싶어도, 그래서 '비행 문화'를 꽃피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줄 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유전자 안에 없는 형질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는 없다.

이런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이라면 사회생물학은 지금도 유죄를 면치 못한다. 어차피 생명의 역사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온 유전자의 일대기에 지나지 않는다. 닭이 알을 낳는 것 같지만 사실 알이 닭을 낳는다.

그러나 사회생물학은 결코 생명체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사회생물학이 행동의 유전적 근거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차라리 '유전생물학' 또는 '유전자 생물학'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행동과 본성은 필연적으로 유전과 환경의 상호관계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고 그 과정을 복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사회'생물학인 것이다.

최근에 타계한 굴드, 그리고 르원틴 등 같은 하버드 대학 동료학자들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80년대를 거치며 사회생물학은 실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동물의 사회행동은 물론 사랑과 전쟁, 윤리와 종교, 희생과 협동 등 지극히 인간적인 속성까지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만큼 학문적으로 성장했다.

사실 『일부일처제의 신화』의 저자 데이비드 버래시는 울새의 번식행동에 관한 조금은 경솔했던 그의 초창기 연구 때문에 대표적으로 오랫동안 구설수에 오른 사회생물학자다. 그런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또다시 파격적인 해석을 들고 학문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다 그만큼 사회생물학의 위상이 높아진 덕이다. 국내에서도 근래 전통적인 인문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사회생물학 연구 모임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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