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안내원 역할은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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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런 'BBB'는 쳐주지도 받지도 맙시다."

BBB 운동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화 에티켓을 지키지 않거나 BBB 운동 본연의 목적을 벗어난 통역 요청도 발생해 일반시민과 BBB 회원들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독일어 봉사자인 최문규(45·연세대 독문과)교수는 이달 초 한 한국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통역을 도와주었으나 전화가 끝난 뒤 "이런 봉사도 다해야 하나 하는 실망감이 컸다"며 중앙일보 BBB운동본부에 알려왔다.

"아마 그 한국인은 독일청소년 태권도선수 네댓명을 데리고 민속촌을 관광시키면서 전화를 한 것 같았어요.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통역을 해주었는데 점차 독일 청소년들의 기분은 어떤지, 그들이 피곤하지는 않은지, 내일 귀국일정을 잡았는데 마음에 드는지 등 시간이 갈수록 관광안내원의 통역같은 것을 요청하더라고요.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며 45분 가까이 통역을 해줬는데 시민들이 BBB 회원들에게 이런 도움은 요청하지 말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어 봉사자인 김종옥(53·서울 용산)씨는 "밤 12시쯤 어떤 여자분이 술취한 외국인을 대신해 전화를 걸어와 서울 은평구에서 연신내 가는 길을 묻길래 알려줬더니 외국인이 너무 술이 취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리 외국인의 부탁이라 해도 너무 늦은 시간에 술취한 사람의 통역을 위해 BBB 전화를 걸지는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외국인이 직접 BBB 전화를 장난으로 걸어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어 봉사자인 정은상(36·경남 마산)씨는 "전화벨이 울려 받으니 러시아인이 다짜고짜로 '하바로프스크, 오케이'하면서 횡설수설하더니 계속해 장난을 쳐와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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