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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막판 탈락 이동국·심재원 "내몫까지 잘 싸워다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월드컵은 전세계인의 축제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신명나는 한바탕 굿.

그러나 그곳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만큼 외로운 사람들이 있을까. 이동국(23·포항)과 심재원(25·프랑크푸르트).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최종 엔트리 경쟁을 벌이다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던 선수들이다.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멀리서나마 히딩크호를 응원하기로 했다.

▶이동국

이제는 시간도 흘러 힘들지 않다. 기회란 준비하는 자에게 언젠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병원에서 검진을 받기도 하지만 대표팀 경기는 정말 눈이 빠져라 본다. 너무 잘한다. 샘이 날만큼 잘한다. 무엇보다 조직력이 탄탄해져 인상적이었다.

특히 (김)남일이 형의 플레이는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공격을 끊는 것과 유기적으로 공·수 전환을 잇는 능력이 탁월했다.

지금 같아선 분명 16강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열심히 훈련했고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하지만 잘 나간다고 방심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얼지 말고 플레이를 하길 빈다. 특히 (이)천수는 4년 전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자신감을 본선에서도 계속 유지해 주리라 믿는다.

▶심재원

1주일 정도 흘렀나. 지난 22일 대표팀 숙소에서 나왔다. "계속 남아 부상선수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했으면 좋겠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이 아직도 귀에 남는다. 아쉬움도 있지만 토라진 마음에 대표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내가 계속 있는다면 다른 선수들이 편한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 더 컸다.

조금이라도 다치면 심재원이 치고 들어온다는 불안감을 동료들에게 남기고 싶지 않았다.푹 쉬었다. 대전 집에 내려가 있으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훌훌 털었다. 난 아직 젊지 않은가.

TV를 통해 쭉 지켜봤다. 대표팀, 이젠 정말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에 욕심내지 말고 컨디션만 조절하길 빈다.

얼마간이지만 한솥밥을 먹었던 친구이자 후배로서 열심히 박수를 치겠다. 모든 국민의 염원을 달성하면 내 마음도 조금은 편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파이팅!

최민우·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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