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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균성 수막염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무균성(無菌性) 수막염(髓膜炎)이 돌고 있다. 서울 주요 병원 소아과엔 하루에도 10여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고열과 구토·두통 등 수막염 증세로 찾고 있다. 두 자녀가 동시에 수막염에 걸려 인근 병원을 찾았다는 직장인 K씨는 "수막염 어린이가 몰려 병실이 없어 회의실을 임시 개조해 겨우 아이들을 입원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균성 수막염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긴다. 해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이맘때쯤 전국적으로 수천여명에게 발생하는 흔한 병이다.

예방하려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아이의 손과 발을 자주 비누로 씻겨준다. 바이러스 질환이므로 치료제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1주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좋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모가 알아둬야 할 주의사항도 있다.

첫째, 척추 사이에 바늘을 꽂는 뇌 척수액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수막염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되면 예외없이 뇌 척수액 검사를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대의대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뇌 척수액 검사는 겉으로 볼 때 매우 위험한 검사처럼 보이지만 후유증이 거의 없는 안전한 검사"라며 "세균성 수막염과 구별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검사"라고 강조했다. 뇌 척수액에서 세균이 검출될 경우 세균성 수막염이며 이 경우 무균성 수막염보다 증세가 위중하므로 즉시 항생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둘째, 예방백신이 없다는 사실이다.소아과에서 시행하는 수막염 예방백신은 무균성 수막염이 아닌, 헤모필루스란 세균이 일으키는 수막염만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수막염 예방백신을 맞았어도 현재 유행하는 무균성 수막염에 걸릴 수 있으므로 안심해선 안된다.

그렇다고 수막염 예방백신 접종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헤모필루스 세균이 일으키는 수막염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증상이 격렬하고 빨리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지(四肢)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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