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승9무10패. 지난해 1월 4일 한·일 정기전 관람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업무를 시작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1년반 동안 거둔 외적 결실이다. 수치상 절반을 약간 웃도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축구의 진화 과정이 숨어 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은 '절반의 현실'이 됐다. 불과 1년반 만이다.
◇홍콩에서 카이로까지
첫 A매치는 지난해 1월 24일 홍콩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전이었다. 상대가 대표팀 2진이었지만 한국엔 높은 벽이었고 2-3으로 패했다. 보름 뒤 두바이 4개국 대회에서도 덴마크 2진급을 상대로 또다시 0-2로 패했다. 그러나 두달 뒤 이집트 4개국 대회에서 이란·이집트를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하자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구세주'로 바뀌어 있었다.
◇히딩크 별명은 오대영
5월 3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히딩크 감독은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0-5. 자신이 1998년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상대로 거뒀던 점수. 이번엔 자신이 패자 입장에서 맛봤다. 히딩크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8월 유럽 전지훈련 길에 주전이 모두 출전한 체코를 맞아 또다시 0-5로 무너졌다. 히딩크는 '오대영(5-0)'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물갈이와 새로운 도약
유럽 전지훈련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최태욱·이천수 등 젊은 선수로 물갈이했다. 9월에는 차두리·현영민을 추가했다. 일부의 비난이 일었으나 나이지리아 평가전에서 1승1무, 98년 프랑스월드컵 3위 크로아티아를 맞아 1승1무를 기록하자 추락했던 히딩크 감독 지지율은 U턴했다.
◇마지막 시련 골드컵
북중미 골드컵에 출전한 한국은 첫 경기 미국전에서 1-2로 졌고 약체 쿠바와도 0-0으로 비겼다.
8강전에서 멕시코에 승부차기로 이긴 대표팀은 4강전에서 코스타리카에 1-3으로, 3·4위전에서 캐나다에 1-2로 무너져 4위에 그쳤다. 그러자 킬러 부재의 문제·조직력 문제·체력훈련 문제 등이 쏟아져나왔다.
◇완성을 향한 승승장구
3월 유럽 전지훈련에서 튀니지·핀란드·터키를 맞아 1승2무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발견한 히딩크호는 스코틀랜드를 4-1로 대파하며 체력훈련의 성과를 맛봤다. 세계 정상 잉글랜드와 프랑스 평가전에서의 잇따른 선전은 국내 월드컵 열기마저 달아오르게 했다.
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