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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권택·촬영 정일성·제작 이태원 '將 3인방' 집념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임권택 감독, 정일성(73) 촬영감독, 이태원(64) 태흥영화사 대표-. 이 세 사람의 '노장 파워'가 화제다.

이들은 2000년 '춘향뎐'을 들고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나란히 밟아 이번 감격의 수상을 예고했었다. 특히 30대 감독과 40대 제작자가 주류를 이루는 요즘 우리 영화계에서 '황금 트리오'의 우정과 집념은 돋보인다. 거장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 칸의 전통과 맞아떨어졌다는 평이다.

그들의 인연은 1983년 '비구니'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화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던 이대표가 '만다라'(81년)로 각광받던 '임-정 커플'을 만났던 것. 나이·영화관 등이 비슷했던 이들은 '노을'(84년),'도바리'(87년) 등에서 손을 잡았으나 군사정권의 압력으로 제작 자체를 접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장군의 아들'(90~92년) 시리즈가 히트를 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 마침내 '서편제'(92년)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서편제'로 힘을 받은 이들은 '태백산맥'(94년),'축제'(97년),'춘향뎐' 등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스크린에 옮기는 장정(長程)에 나섰으나 흥행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진지한 주제 의식과 관객의 가벼운 감성이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취화선'으로 우뚝 섰다. 평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전통을 돌아보겠느냐"던 그들의 장인정신이 드디어 빛을 본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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