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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디트리히 슈바니츠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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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베스트셀러 '교양(Bildung)'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유명 작가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별세했다. 64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등 독일 언론은 슈바니츠가 21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슈바르츠발트 지방의 작은 도시 하르트하임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평소 파킨슨병을 앓아온 그가 집필실 바닥에 쓰러진 채 며칠간 일어나지 못해 체온 저하로 숨진 것으로 독일 검찰은 추정했다. 고인은 최근 집필을 위해 부인 등 가족과도 별거한 채 칩거생활을 해왔다.

1940년 독일 북서부 루르지방에서 태어난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생계가 막막해지자 그를 적십자사를 통해 스위스의 산골 농가로 보냈다. 11세까지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명석한 두뇌와 지칠 줄 모르는 끈기로 고교 과정을 우등으로 마쳤다. 독일.영국.미국 등을 오가며 영문학.철학.역사학 등을 섭렵한 고인은 78년 함부르크대 교수로 부임해 20년간 영문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과로로 몸이 쇠약해져 56세의 비교적 왕성한 나이에 조기 퇴직한 뒤 저작활동에만 매달려 왔다.

고인은 학자 출신 작가로 유럽독서계에 교양서적 붐을 일으켰다. 그는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 '교양'을 내놓은 뒤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이 책에서 "교양이란 인간의 상호 이해를 즐겁게 해 주는 의사소통의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지식 그 자체보다는 지식을 습득하고 평가한 뒤 정리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고인은 그 뒤 학계의 주목을 받은 '정치제도와 문학에 관한 이론' '영국문화사'와 대학 사회의 부패상을 그린 '캠퍼스', 남자의 존재를 해박한 인문사회학적 지식으로 파헤친 '남자들'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유족으론 부인과 1남1녀가 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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