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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보다 안전성 따질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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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5면

정경화(43·경기도 과천시)씨는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소형 재건축아파트를 4억8천만원에 샀다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릴 목적으로 2억원을 대출받아 구입했는데 값이 떨어지고 거래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매달 1백20만원의 이자가 부담되지만 하반기에 시장이 어찌 될지 몰라 매매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으로 원룸이나 상가임대사업을 하려던 박정규(57)씨는 부동산경기가 갑자기 식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할 지, 가을쯤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예정대로 투자를 감행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 신도시에서 부동산중개·컨설팅업을 하는 김대원(42)씨도 요즘 투자 상담에 애를 먹고 있다.

金씨는 "시장의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 고객들에게 확실한 컨설팅을 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이 조정국면이다.값은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거래량을 보면 시장은 차갑다. 연초부터 쏟아진 각종 정부의 주택시장안정책에다 금리상승에 대한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식고 있다.

<관계기사 66면>

문제는 앞으로 시장 흐름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큰 맥락에서는 상승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있는가 하면, 벌써 하락의 터널로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일시 조정인가, 하락의 시작인가='일시 조정 후 상승'을 전망하는 이들은 4~6월이 부동산시장의 비수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파트·오피스텔 투자 열기가 주춤하자 토지·상가로 돈이 옮겨 간 것은 부동산시장에 여전히 돈이 머물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시장이 쉴 만한 때에 여러 악재가 겹쳐 열기가 식은 것"이라며 "7~8월에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앞으로 횡보 내지는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는 '약발'이 다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부동산시장의 오름세를 이끌었던 저금리·정부정책·분양가 급등세·재건축 바람 등의 재료가 퇴색하고 있다"며 "돈의 힘으로 밀어 부친 유동성 장세는 지난 3월로 일단락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상품·지역별 차별화는 대세=이런 시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하반기 시장을 보는 공통분모가 있다. 오르든 내리든 큰 폭의 변동 없이 1~3% 범위에서 값이 움직이고, 투자 목적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짜일 것이라는 것.

조흥은행 김상곤 부동산신탁팀장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친다면 부동산시장은 급등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피앤디 김병석 사장은 "지난 1년동안 부동산시장이 상품·지역 구분 없이 일제히 달아올랐지만 하반기에는 상품·지역·단지·가격대별로 달리 움직이는 각개약진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응은 이렇게=하반기에는 투자수익보다 위험관리가 더 중요하다. ㈜텐커뮤니티 정요한 사장은 "시장 안팎에 변수가 많으므로 얼마나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안전한가를 따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분양권은 입주예정 단지▶재건축은 사업추진 원활한 곳▶오피스텔은 주변에 공급물량이 많지 않았던 곳▶상가는 임대수익이 안정적인 대단지 아파트 상가▶수도권 택지▶그린벨트 해제 대상지 등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라면 비수기를 기회로 삼는 게 낫다. 매물이 늘어나 값을 흥정할 수 있을 때가 매입의 적기다.

반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이라면 한 발짝 물러서 금리·정책 등을 지켜보는 편이 안전하다. 신규 분양시장은 서울의 경우 분양가 간접규제로 오히려 청약 메리트가 높아졌다. 용인 등 수도권은 청약열기에 비해 계약률이 낮으므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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