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배'대마 사냥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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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8면

현대바둑이 점점 더 격렬해지면서 1백수 언저리의 불계 승부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벌어진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창호9단은 일본의 왕리청(王立誠)9단의 대마를 잡고 불계승하며 중국 딩웨이(丁偉)7단을 꺾은 조훈현9단과 함께 8강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공격의 명수 유창혁9단은 중국 뤄시허(洗河)8단에게 대마를 잡혀 109수 만에 불계패했다. 최명훈8단, 이세돌·박영훈3단 등 한국의 신예강자들은 모두 탈락. 이번 대회는 모처럼 일본이 분발해 8강에 3명을 내보냈고 중국도 3명, 한국은 2명에 그쳤다.

'기보'를 보면 백이 이창호9단이고 흑이 왕리청9단. 흑이 대마를 연결했으면 괜찮은 바둑이었다. 하나 王9단은 1로 욕심을 부렸고 9단은 즉각 2로 잡으러가 치밀한 공격 끝에 이 대마를 함몰시켰다. 이창호는 신중해 대마공격을 하지 않는 기사로 소문나 있다. 그러나 9단도 때가 되면 칼을 뽑는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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