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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 …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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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여행객 또는 비즈니스맨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그 나라의 음식 맛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피자헛·맥도날드·KFC 같은 음식점에서 끼니를 때우곤 하니, 실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의 경우 그 브랜드 파워와 브랜드 자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필자가 여기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브랜드화’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 전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특히 외식 브랜드는 맛의 표준화를 가능케 하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맛에 대한 신뢰도를 가져다준다. 보통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김치·불고기·비빔밥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 브랜드는 거의 없다. 대표 음식은 많은데 이들을 잘 표준화하고 상품화한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게 지금부터 우리가 가장 신경써서 노력해야 할 분야다.

즉 우리가 햄버거 하면 맥도날드, 치킨 하면 KFC를 떠올리는 것처럼 비빔밥 전문 브랜드, 불고기 전문 브랜드를 육성한다면 세계인들은 한식에 더욱 쉽게 친숙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브랜드화가 되면 한식의 표준화가 자동적으로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 한식당에서 매우 맛있는 비빔밥을 먹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가 뉴욕에 왔을 때 다른 한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 달랐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먹었던 비빔밥의 맛을 느끼지 못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미국인에게 비빔밥은 더 이상 매력적인 음식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브랜드’가 아닐까? 한식의 대표적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대와 표준화된 맛을 제공한다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엔 충분할 것이다.

브랜드화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시스템화를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수많은 스시 레스토랑이 성업하고 있고, 실제로 날생선을 먹지 않는 미국 사회에 스시라는 일본 음식을 널리 알린 것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식재료 수출이나 기타 관련 산업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브랜드화로 한식의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그와 관련된 식재료, 예를 들면 고추장이나 간장 등을 수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열티 수익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맥도날드 같은 성공적인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한식의 영향력이 커지는 효과를 낸다. 우리의 경쟁력 있는 한식이 전문화된 브랜드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여러 산업으로 뻗어나가 기여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