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이미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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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대표팀과 잉글랜드팀의 평가전이 열린 21일 밤 전국은 실제 월드컵 경기 못잖은 열기로 뜨거웠다.

경기 시작 전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로 러시아워가 평소보다 앞당겨져 경기가 시작된 오후 7시 무렵부터의 도심은 한산하기까지 했다.

"올림픽대로 등의 외곽 방향 퇴근길 정체가 오늘은 평소보다 한시간쯤 빠른 오후 5시 무렵부터 막혔고 대신 오후 7시 이후 종로·을지로 등 상습 정체구간은 신호대기 시간이 20초 정도 줄었다"고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는 분석했다.

직장 주변 음식점들은 퇴근을 미루고 사무실에 남아 TV를 시청한 직장인들의 음식배달 주문이 밀렸고, 재미삼아 경기 결과에 내기를 건 회사원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국민은행 학동지점 조용제(38)과장은 "모두들 퇴근을 늦추고 경기를 지켜보며 월드컵 기분을 냈다"며 "혹 잔무가 많아져 축구를 못 볼까봐 솔직히 오늘만큼은 고객이 많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야간 의류 도매를 주로하는 명동 밀리오레의 경우 이날 쇼핑인파가 40% 정도 줄었다.

이 상가 여성의류 매장의 설기영(22·여)씨는 "모두들 축구를 봤는지 평소의 절반도 못 팔았다"며 "그래도 우리 팀이 선전해 기분 좋다"고 말했다.

TV가 있는 서울역·강남고속터미널 등의 대합실은 어김없이 북적댔고,박지성 선수가 동점골을 넣을 땐 환호로 떠나갈 듯했다.

대구행 경부선을 기다리던 40대 남자는 "한달간 흥분 속에서 지낼 월드컵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SK텔레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임시로 설치한 대형 생중계 스크린 앞에는 'Be the reds(붉은 악마가 되자)!'라는 슬로건이 적힌 붉은색 셔츠를 입은 붉은악마 회원 3천여명이 몰려 조직적인 응원 장면을 연출했다.붉은악마 김승환(21·숭실대2)씨는 "집에서 혼자 경기를 보자니 몸이 근질거려 동지들을 찾아 시내까지 나왔다"며 소리를 질렀다.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는 "오늘 국민의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월드컵을 잘 치러낼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궁욱·김필규·백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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