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 민주묘역 추진 환경단체 거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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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묘지 인근의 북한산 국립공원을 해제해 민주열사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이 추진된다. 하지만 환경단체·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20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추진하는 민주공원(묘역) 조성을 위해 북한산 국립공원 내 2만8천여㎡(8천4백여평)를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공원 조성을 추진해온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의 해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민주묘역 예정 부지 2만7천여평 가운데 2만5천여평은 국립공원 구역이고 나머지 1천여평만 선일교통 차고지 등 일반 지역이다.

민주화보상심의위는 2만5천여평 중 8천4백여평만 훼손하고 나머지는 공원구역에서 해제하지 않고 산림을 그대로 둔 채 묘역을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강북구 부구청장과 서울시 도시관리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수유동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주화보상심의위의 해제 요청이 법률적 요건을 갖췄고 환경 평가에서도 문제가 없어 해제를 결정했다"며 "국토건설종합계획 심의회를 거쳐 곧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공원시민연대 등 시민·환경단체와 강북구 수유동 주민들로 구성된 '북한산 국립공원 묘지 반대 연합'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민주공원 조성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일반 그린벨트도 아닌 국립공원을 이렇게 쉽게 해제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자연의 친구들 차준엽 대표는 "국민의 안식처인 국립공원을 공청회 한번 없이 훼손하겠다는 것은 밀실 행정의 표본"이라며 "당초 예정지인 서울 용산가족공원이나 남산 안기부 부지로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 공원=군사독재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숨진 뒤 전국 각지에 흩어져 묻힌 민주열사를 한 데 모아 납골공원 형식의 묘역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2000년 1월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법에 따라 4·19 묘지와 광주 망월동 묘지에 이은 제3의 민주열사 묘역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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