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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래 번안곡 각종 음악차트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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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눈꽃'이 아니라 '눈의 꽃'이 된 이유는 뭘까. 박효신이 부른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주제곡 '눈의 꽃' 인기가 뜨겁다. 각종 컬러링 차트.인터넷 음악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눈의 꽃'은 일본 여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雪の華'을 번안한 곡. 제목 '눈의 꽃'은 일본식 조사를 살려 붙인 것이다. 원곡도 음악 사이트 주크온 차트 10위권에 드는 등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박화요비가 부른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는 고나야기 유키의 번안곡. 넛츠의 '사랑의 바보'는 일본 그룹 Wands의 노래가 원곡이다. 여느 리메이크곡보다 일본 가요 번안곡이 인기를 얻는 추세다.

사실 예전에도 일본 가요 번안곡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포지션 '아이 러브 유', 캔의 '내생에 봄날은 간다', 이수영 '굿바이', SES '감싸안으며', 컨츄리 꼬꼬 '오 마이 줄리아', 김장훈 '굿바이 데이', MC The MAX '사랑의 시' 등 알 만한 노래가 많다.

일본 대중 문화 4차 개방이 시작되기 전에는 일본어로 노래한 음반은 수입.방송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노래를 번안해 불러도 창작곡인 줄로 알고 넘어가거나 표절 시비가 붙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J팝 음반 수입이 허용된 이후 일본 가요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일본 음악 개방을 했지만 J팝 음반 판매량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나카시마 미카의 'Love'가 2만장을 넘겼을 뿐 1만장을 넘긴 음반도 서너 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우리말로 된 일본 가요 번안곡이 J팝을 전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한국 노래는 외국에서 얼마나 통할까. 한류 열풍을 타고 대만.중국 등에서 현지 언어로 번안돼 불리는 것은 흔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겨울연가 주제곡,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외에는 일본어로 번안돼 히트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팝칼럼니스트 서동인씨는 "일본 가요, 특히 발라드는 한국 사람의 정서에 맞고 이미 검증된 곡이라 가요 기획사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번안곡으로 쉽게 히트하는 경향이 심해지면 국내 창작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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