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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5건 첫 인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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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근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황모(53)씨는 음식점을 접고 2000년 모텔을 인수했다가 약 1억1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임대료 수입을 기대해 보증금·은행 대출금 등 5억7000만원을 안은 채 모텔을 인수했는데 세입자들이 “장사가 안 된다”면서 갑자기 보증금을 빼 줄 것을 요구했던 것. 모텔은 경매로 넘어가고 은행 대출금 4억6000만원을 갚고 나니 빚쟁이가 돼 버렸다.

결국 보증금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된 황씨는 이후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지난 4월에는 형사 고소를 당해 1주일간 구치소 신세를 지는 바람에 어렵게 잡은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했다.

지난 5월 다시 개인회사에 취직해 매달 약 86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황씨는 지난 9월 개인 회생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최근 황씨 등 5명에게 ‘인가 결정’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9월 23일 개인회생제도가 시행된 뒤 인가 결정이 나기는 처음이다.

인가 결정이 나면 채무자는 법원이 선임한 회생위원들의 관리 아래 매월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서 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채무자가 계획대로 빚을 갚으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하거나 경매 신청할 수 없다. 채무자가 법원이 정한 기간 충실히 빚을 갚으면 나머지 빚은 면제받는다.

황씨의 경우 월급 중 생계비 38만여원을 뺀 47만6000원씩을 60개월간 2850여만원(원금의 26%)을 갚으면 나머지 빚 8100여만원을 탕감받게 된다. 대학생 두 자녀와 부인이 있지만 부인이 직장에 다니고 있어 황씨 한 사람의 생계비만을 뺀 나머지 금액을 전부 빚 갚는데 쓰는 것으로 변제계획이 확정됐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인가 결정이 난 사건들은 채권자 숫자가 각각 2~3명에 불과해 인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일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개인 회생 건수는 1183건이다.

◆개인회생제도=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채무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최장 5년간 성실히 갚을 경우 나머지 빚을 탕감해주는 제도. 이용절차는 대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의 ‘알기 쉬운 소송’ 코너에 나와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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