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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킬·러·본·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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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득점 소나기가 쏟아졌다.오랜 골 가뭄이 말끔히 해소됐다. 덩치 큰 유럽팀을 만나면 주눅부터 드는 '유럽 징크스'도 덩달아 씻겨내려갔다.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통쾌한 승리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벌어진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스코틀랜드는 세대교체를 하느라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위주로 편성되긴 했지만 엄연한 국가대표 1진이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했다.좌·우 공격수로 나선 이천수와 박지성은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볐다.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를 교란시켰고, 특히 박지성은 최전방에 있다가 순식간에 최종 수비라인까지 내려가는 뛰어난 기동력을 발휘했다.상대 수비는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전반 14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유상철이 전방을 향해 길게 패스했다. 이천수가 어느새 상대 수비벽을 뚫고 공을 잡은 후 따라오던 수비수와 골키퍼를 차례로 제치고 왼발로 밀어넣었다. 선제골.

한국팀의 기세는 후반전 들어 절정으로 치달았다. 전반 부진했던 황선홍을 대신한 안정환의 교체 투입이 기폭제였다.안정환은 후반 12분 수비라인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은 뒤 상대 아크까지 올라갔다. 좌·우를 살폈지만 넘길 곳이 마땅치 않자 직접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네트 오른쪽에 화살처럼 꽂혔다.

적절한 선수 교체로 추가골을 만들어낸 히딩크 감독은 이번에는 윤정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다시 적중했다. 홍명보와 교체투입된 윤정환은 22분 안정환의 패스를 이어받아 상대 진영 아크 오른쪽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공은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29분 스코틀랜드의 스콧 도비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수비진이 상대를 완전히 놓쳤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안정환이 완벽한 골을 터뜨림으로써 이 아쉬움을 달랬다. 안정환은 41분 이을용-윤정환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받아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는 절묘한 로빙슛으로 마지막 축포를 쏘아올렸다. 자신에게 패스된 볼을 일부러 패싱시켜 다시 넘겨받는 안정환의 재치는 준수한 외모보다도 더 돋보였다.

부산=장혜수·김종문·이철재 기자

◇16일 전적

한 국 4:1 스코틀랜드

(득) 이천수(전14·(助) 유상철)안정환(후12,후41·(助) 윤정환)윤정환(후22·(助) 안정환·이상 한국),도비(후29·(助) 겜밀·스코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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