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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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17일 열린 민주당 서울 종로구청장 후보 경선에 나선 양경숙(여)서울시의원은 다섯명의 후보 가운데 44%의 득표율로 예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 나머지 남성 후보 세명의 표가 예선 2위 남성 후보에게 몰리는 바람에 세표 차이로 고배를 들었다.

중앙당의 추천을 받아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북구청장에 출마하려던 백명희(여)대구시의원도 지난 3월 당내 경선에서 이명규 현 구청장에게 밀렸다.

새로 도입된 여성후보 할당제 등으로 6·13 지방선거에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던 여성들이 당내 경선과 공천 등 예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여성 출마자는 1998년 지방선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16일 현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경선·공천 결과에 따르면 양당의 여성 출마 희망자 83명 중 30%인 25명만이 후보로 확정됐다. 또 자민련은 사업가 이경자씨를 인천 연수구청장 후보로 공천했고, 민주노동당은 여성 광역의원 후보 6명을 내기로 해 이날 현재 전국에서 출마가 결정된 여성 후보는 기초단체장 5명과 광역의원 27명 등 모두 32명이다.

98년 선거 때는 기초단체장에 8명, 광역의원에 37명 등 모두 45명이 여성후보로 나섰었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로 신청한 여성 15명 가운데 이금라 서울시의원과 이영환 인천시의회 의장 등 두명만 각각 서울 강동구청장과 인천 남구청장 후보로 뽑혔다.

한나라당도 9명의 신청자 중 각각 부산 남구청장과 해운대구청장에 도전하는 전상수 전 국제신문 논설위원과 허옥경 전 부산시 정책개발실장 등 두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미현 간사는 "남성 중심의 경선 벽이 너무 높아 여성후보 할당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개정된 선거법은 정당에서 지방의원 후보로 여성을 30% 이상 추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따르는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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