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 안되는'단골'암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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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월드컵 입장권 구하기가 참 어렵다. 한국팀 경기는 물론 웬만한 빅카드의 경우 매진된 지 오래다. 이제까지는 간간이 해외 배정분이 국내 판매됐지만 개막이 2주 남은 지금은 그것마저 없다. 구경은 하고 싶고 표는 살 수 없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암표다.

역대 월드컵에서도 암표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1998년 프랑스대회 때 프랑스-브라질의 결승전 입장권은 정가가 2천9백50프랑(약 52만원)이었지만 프랑스의 한 여행사는 이 입장권을 다섯배나 비싼 1만5천5백70프랑(약 2백70만원)에 판매한 적이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암표상이 암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입장권이 배부되지도 않았는데 예약 교부증만 갖고도 프리미엄을 붙여 팔려는 암표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한 중국에서는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입장권이 최고 8백여만원의 고가에 암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11만원짜리 한국전 2등석 입장권이 7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암표가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장권 실명제를 시행한다. 사망·이민·유학·군 입대·입원·수감, 그리고 70세 이상 노약자 등 여섯개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는 입장권 배부시 예약자 명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경기 당일 경기장 출입구에서 수만명 입장객의 실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무작위로 고른 일부 입장객에 대해서만 실명 체크를 하게 된다. 이처럼 재수없는(?) 케이스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암표 매매는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행할 전망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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