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시장 중소형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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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대형차가 이끌던 수입차 시장이 올 들어 중소형차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올 1분기(1~3월)에 국내시장에서 팔린 수입차 중 2천~3천㏄급 중소형 모델이 1천6백12대로 57.8%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중소형 모델의 판매비중이 50%를 넘어서기는 처음"이라며 "수입차 고객이 부유층에서 중상류층으로 확산하면서 중소형차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 수입차는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서 1만5천여대가 팔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국산차의 아성처럼 여겨지던 중소형차 시장을 이처럼 수입차가 급속히 파고들자 국내기업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산차 회사 관계자는 "국산 중형차 시장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제품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신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입차는 배기량에 따라 ▶2천~3천㏄급은 중소형▶3천~4천㏄급은 대형▶4천㏄ 이상은 초대형 럭셔리급으로 구분한다.

◇대형차 점유율 하락〓수입차 중 대형차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3.7%에서 올 1분기에는 10.1%로 떨어졌다. 초대형 세단의 점유율은 18.1%에서 11.9%로 낮아졌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대에 1억~1억5천만원 하는 고가 차량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15.7%에서 올 1분기에는 8.5%로 낮아졌다.

이에 반해 중소형차 중 4천만원대는 지난해 1분기 1백40대 팔리는 데 그쳤으나 올 1분기에는 네 배 가까운 5백55대나 팔렸다. 시장점유율도 8.6%에서 19.9%로 뛰었다.3천만원대는 2백17대에서 3백65대로,5천만~6천만원대는 5백12대에서 8백43대로 각각 늘었다.

◇어떤 차가 인기 있나〓4천만원대인 렉서스 ES300(배기량 2천9백95㏄)이 2백97대 팔려 단일 모델로는 최고 기록이다. 이 차는 동급의 수입차 중 실내 공간이 가장 넓고 골프가방을 네 개까지 넣을 수 있을 만큼 트렁크가 크다는 게 강점이다.

BMW코리아는 5천만원대인 320(배기량 2천㏄급)이 1백1대(지난해 74대) 팔렸다. 이 차는 회전할 때 차체가 기울어지지 않는 코너링과 1백m를 10초 안에 돌파하는 가속력이 특징이다.

벤츠의 C클래스(배기량 2천㏄급)도 올 1분기에 92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48대)에 비하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벤츠 모델 중 5천만원대로 가장 저렴하면서 안전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눈에 띄는 디자인과 다양한 색이 특징인 폴크스바겐 뉴비틀(배기량 2천㏄급)은 77대가 팔려 지난해(35대)의 배가 넘었다.

유럽형인 포드 몬데오(2천㏄급)는 3천만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고속 주행 성능을 앞세워 올 1분기에 60대를 팔아 미국 중소형차 중 1위를 차지했다.

3천만원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인 포드 이스케이프(배기량 2천9백66㏄)는 29대 팔려 중저가 SU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한대에 1억원 이상인 럭셔리 세단 시장은 한계에 온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소득 8천만원 이상인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중소형차를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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