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익 前 교통부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1993년 2월 초 김영삼 당시 대통령당선자가 나에게 YS 정부의 초대 교통부 장관을 맡아 노태우 정부에서 결정한 경부고속철 도입 문제를 다시 한번 검토해보라고 부탁하더군요.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얼마나 로비를 하는지 잘못하면 나중에 감옥가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로비 자금만큼 값을 내려달라고 해서 2천억원을 깎았습니다."

고속철 외에 교통세 도입·승합차 세금 인상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이계익(李啓謚·65)전 교통부장관은 그러나 취임 8개월 만에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당시를 회상하는 李전장관은 여전히 정정했다. 그는 요즘 서울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번 아코디언 강사로 나서고 있다. 李전장관이 아코디언과 인연을 맺은 것은 97년. 유럽 배낭 여행길에 들렀던 독일 뮌헨의 악기 공장에서 아코디언을 사면서 평생 취미가 됐다. 지난해부터 강사를 맡게 된 그는 배울 때 고생을 많이 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초보자들이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기초를 다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李전장관은 "악기 연주는 자신뿐 아니라 듣는 사람들을 흥겹게 만든다"며 탱고음악 '라쿰파르시타'를 멋지게 연주해 보였다. 그는 "북한에는 수준높은 아코디언 강사가 많다. 금강산에서 강좌 캠프를 열기 위해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부사장과 디지털타임스 사장을 지낸 그는 지금 방송용 프로그램 공급업체인 프라임프로덕션 회장으로 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