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아산 일부 가로수 고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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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과 아산에 심어진 일부 가로수들이 부실시공 의혹을 받고 있다. 고무밴드와 철근 등이 묶인 채 식재 돼 고사가 우려된다. [조영회 기자]

천안·아산 일부 지역에 심어진 가로수에 대해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식재 시 뿌리 부분에 묶어둔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은 채 심어 생육이나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고무밴드와 함께 철사, 비닐 등을 제거하지 않는 수목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천안시 원성동 한 도로변에는 가로수 뿌리 주변에 고무밴드가 지면위로 삐져나와 있었다. 뿌리에 묶여 있던 고무밴드가 제거되지 않은 채 심어져 있던 것이다. 아산신도시 지역의 경우에도 가로수가 고무밴드에 묶인 채 식재됐으며, 심지어 철사로 뿌리 부분이 묶여 식재된 곳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선 고사하고 있는 가로수가 있어 조속한 원인 규명과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천안시청 산림과 관계자는 “나무를 심을 때 라인을 맞춰야 하는데 고무밴드를 안 하고 이동, 식재할 경우 나무분이 깨질 위험이 크다”며 “나무분이 깨지는 것이 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나무가 고무밴드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심을 때 뿌리를 잘라 활착이 안 돼 죽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또 “고무밴드와 관련된 법적 규정은 없지만 시방서상 규정은 둔다. 하지만 현장 여건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무밴드 윗부분만 끊어 식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교수와 산림청 등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학자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며 “나무를 살리는 것이 목적이기에 고무밴드를 묶고 식재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2년 안에 문제가 되면 시공업체에서 같은 규격, 같은 수종으로 식재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천안연암대학 조경과 송근준 교수는 “식재시에는 고무바를 당연히 풀어야 한다. 생장에 많은 문제가 있다. 안 보인다고 고무밴드를 함께 묻어버리면 나무에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무밴드가 함께 식재된 가로수.

그는 이어 “고무밴드가 썩는 것도 아니어서 토양에도 나무에도 안 좋다. 고무밴드가 뿌리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토양에 화학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사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꼭 고무밴드 때문에 나무가 고사한다고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로수의 경우 배기가스 등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단편적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단정짓진 않았다.

글=김정규 기자 newgyu@joongango.co.kr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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