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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교회 대치 완전 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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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0일 아침, 건물벽 곳곳에 탄흔이 가득한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앞에 퀭한 얼굴에 턱수염이 꺼칠한 남자들이 줄지어 걸어나왔다.

이들은 이스라엘군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땅바닥에 꿇어앉아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39일간 계속된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무장대치사태가 10일 완전 타결되면서 교회 안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시 자유를 찾는 순간이다.

지난달 2일 이후 교회 안에서 버텨온 팔레스타인인 1백23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차례차례 교회를 빠져나왔다.

이들에게 총구를 겨눠온 이스라엘군도 철수를 개시했다. 이·팔 대치의 극점(極點)으로 주목받아온 베들레헴교회는 그리스정교회·아르메니아교회·로마 가톨릭 3개 교파 수도사들의 성소(聖所)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예비군 동원령을 추가로 발동해 중동지역은 또다른 긴장에 휩싸였다.

◇풀려난 팔레스타인인들 어떻게 될까=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교회내 피신자 1백23명 가운데 ▶이스라엘이 테러용의자로 지목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13명의 해외 추방▶또 다른 용의자 26명의 기소▶우발적으로 교회에 들어간 민간인 84명 석방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 대치 해소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해외추방될 13명은 10일 중 영국 공군기를 타고 일단 키프로스로 간 뒤 유럽 각국으로 이송된다. 중재를 맡은 유럽연합(EU)은 이탈리아·스페인·오스트리아·그리스·룩셈부르크·아일랜드 등에 13명을 분산 수용할 방침이다.

외신들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민병대원의 추방에 동의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은 초콜릿바 한쪽을 스무명이 갈라먹고 하루 빵 한덩이나 수프 몇 숟갈만으로 연명하는 등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렸다고 교회에 잠입 취재한 LA 타임스 기자 캐럴린 앤이 전했다.

◇공격 임박한 가자 지구=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자 지구 시민들은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고 시내 진입로에 돌더미를 깔아 방어벽을 만드는 등 지구 전역이 공황(恐慌)상태에 빠졌다고 현지언론이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3백㎢의 좁은 땅에 1백16만명이 몰려사는 가자 지구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이·팔 양측이 볼 피해는 한달간 지속된 요르단강 서안 공격 당시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스라엘군은 가자 북부에 밀집된 하마스 조직의 본거지를 집중 공격하는 선에서 제한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내각 일부가 "모처럼 조성된 평화 무드를 깨는 행위"라며 공격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도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어 작전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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