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자민련 손잡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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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과 자민련이 6·13 지방선거에서 충청지역에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10일 "한나라당 견제차원에서 충청권 연합공천을 포함한 다양한 선거공조방안을 자민련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에선 ▶충남·충북지사, 대전시장 후보를 내지 않고▶기초단체장(시장·군수)과 지방의회 의원 후보는 지역사정에 따라 몫을 나누는, 이른바 '선택적 연합공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충청권 연합공천설은 한화갑(韓和甲)대표가 이인제(仁濟)전 고문과 만나 '지방선거와 대선에서의 협력'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급류를 타고 있다.

정범구(鄭範九)대변인은 회동 후 "전고문이 당원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두분은 자민련과는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韓대표의 한 측근은 "민주당과 자민련, 이인제 전 고문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선 자민련을 지렛대로 활용해 충청권에서 한나라당과 이회창(會昌)후보의 약진을 견제하면서 이인제 전 고문이 당에 협조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말로 예정된 16대 국회 하반기 원(院)구성에서 자민련의 협조를 얻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회의 사회권을 갖는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는 것은 대선국면에서 중대한 변수다. 또 자민련은 당세 위축을 만회하면서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기류에 호응하듯 자민련은 이날 치르기로 했던 논산시장 후보 선출대회를 연기했다. 논산은 전고문의 지역구다. 때문에 "전고문의 공천권을 배려한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최근 김종필(金鍾泌·JP)총재가 부쩍 한나라당에 날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향해 "대통령이 되려면 도량이 넓어 용서하고 수용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볼 수 없다" "앞으로 더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자민련은 10일 '최규선(崔圭善)씨의 20만달러 제공설'에 대해선 "사실이라면 국민 앞에 책임지고 거취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云永부대변인)고 공격했다.

그러나 성사까지는 난관도 적잖을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은 대전시장 후보로 정하용(鄭夏容)전 행정부시장을 선출한 상태다.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의 반발도 변수다. 당내 개혁세력들의 반발에 부닥칠 경우 당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또 JP와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말해온 노무현(武鉉)후보에 대해 '3김 연합후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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