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가 암치료 발목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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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약값 전액을 내가 부담하고 치료받겠다는데 어째서 안된다는 거냐."

9일 경기도 고양시의 국립암센터 강당.4년째 폐암을 앓고 있는 전직 장관 J씨가 나와 보건의료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환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치료를 받으려 하고 의사는 환자를 살리려고 항암제를 투여하는데 이게 불법이라니, 말이 되느냐."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새로운 암치료 문화 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에 나온 환자와 의사들은 "건강보험제도가 암 치료를 가로막고 있다"고 규정했다.

암 전문가 2백여명이 참석한 심포지엄은 건강보험제도의 성토장 같았다. 정부가 보험 재정을 고려해 고가 진료인 암 치료를 철저히 관리하고 의사들의 진료권을 제한하고 있는 데 따른 반발이었다.

J씨를 치료 중인 이진수 국립암센터 병원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J씨에게 투여한 두 가지 항암제 중 캠푸토는 환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현행 법은 이 약이 대장암·위암 치료제로 돼 있다는 이유로 폐암에 쓰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경험상 이를 병행하면 폐암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그래서 양심에 따라 불법을 택했다."

원장은 "환자의 90%에 불법 진료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폐암과 간암을 앓고 있다는 한 환자(28)도 두 가지 항암제를 동시에 투여했다. 하지만 일부 암 치료제는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한 가지만 보험적용을 받는다는 규정 때문에 하나는 본인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단일 암의 치료횟수를 6~9회로 제한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서울대 암연구소 방영주 소장은 "한 유방암 환자(59)는 항암치료를 받은 결과 임파선의 암세포가 사라지는 등 효과가 나타났으나 아홉번이 넘어서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진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복지부 김강립 보험급여과장은 "한해 7천5백억원 이상이 암 치료에 나가고 있다"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진료행위는 적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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