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콘서트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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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콘서트 오페라'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공연 형식이다. 하지만 오페라를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고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막(幕)이 없어 무대 전환이 불가능해 무대장치나 소품을 동원하더라도 매우 간소화해야 하고 오케스트라 박스가 없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한다. 주역 가수들은 통상적인 연주복을 입고 무대 의상을 착용하더라도 표정이나 손짓 등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연기를 한다. 보면대 조명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교향악 연주회만큼 지휘자나 오케스트라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콘서트 오페라를 공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베를리오즈·바그너의 작품처럼 등장인물이나 무대장치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 매표 수익으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어 자주 상연되지 않는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무대장치나 의상이 없이 음악만 듣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어떤 경우든 콘서트 오페라는 서곡·협주곡·교향곡만 연주하던 오케스트라에 레퍼토리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경험이다.

지난 1일 부천시향(지휘 임헌정)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 모차르트의 오페라'마술피리'는 시립 교향악단과 합창단을 거느리고 있는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 등에서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도 시도해 볼만한 기획이다.

부천시향은 이날 공연에서 간단한 무대의상과 소품을 동원하는 '세미 스테이지 오페라'의 방법을 택했다.하지만 콘서트 오페라도 어디까지나 콘서트다. 콘서트홀이 확보하고 있는 자체 조명으로는 무대를 전후 좌우로 누비면서 움직이는 주역 가수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무대가 산만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더구나 '마술피리'는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레퍼토리인 데다 대사가 많아 음악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차라리 무대의상이나 소품에 드는 비용을 절약해 더 좋은 주역가수들로 국내 초연작을 상연했더라면 훨씬 돋보이지 않았을까.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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