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옛정은 어디가고 兄弟 회사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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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현대그룹의 형제 회사였던 만도와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가 자동차용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브레이크를 놓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만도는 "이달 초 모비스가 만도 중앙연구소에 있는 ABS브레이크 기술인력(과장급) 5명을 빼갔다"며 "모비스가 납품업체인 만도를 죽이고 있다"고 9일 주장했다.

만도 관계자는 "8년간 총 1천억원을 투자해 1999년 ABS브레이크를 겨우 국산화했는데 모비스가 납품회사의 핵심 인력을 빼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ABS는 도로 상태나 기후 등을 고려해 1천여가지 데이터를 모아놓은 전자장치가 핵심기술인데, 만도 등 세계 다섯 회사가 특허를 갖고 있다.

만도는 올해 60만개를 생산해 손익분기점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비스측은 "최근 경력사원 모집에 만도 직원이 지원한 것"이라며 "만도가 예전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회장의 회사였지만 현재는 미국계 JP모건이 대주주여서 ABS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ABS 시장의 최대 업체인 독일 보쉬와 합작법인을 세워 오는 2004년부터 생산키로 했었다.

이 때에도 만도측은 어렵게 국산화한 기술을 사장시킨다며 산업자원부에 항의서를 내는 등 반발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이 대주주(8.04%)로 현대차 그룹의 지주 회사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살아있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앞으로 기존 현대그룹 관련사와 정씨 일가 형제 간에 사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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