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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웅 카드'실패땐 영향력 타격 YS,부산시장 후보 추천 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의 '신민주대연합' 구상이 첫 단추부터 꼬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을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내보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후보측은 YS 대통령 당시 경제수석을 지낸 한이헌(韓憲)전 의원을 대타로 결정했지만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후보는 9일 인천지역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를 마친 뒤 "부산에서 한나라당을 조금 더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정치구도를 공세적으로 짜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고 섭섭해 했다.

후보는 "6월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광역단체장을 한석 이상 건지지 못하면 재평가받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온 만큼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YS를 찾아가 협조를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뒤 후보 측은 "결국 YS가 후보를 밀어주고, 못이기는 체하면서 박종웅 의원의 출마를 허락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朴의원도 YS만 묵인하면 출마하겠다는 뜻을 표시해 왔다.

그런데도 YS가 후보의 청을 뿌리친 가장 큰 이유는 부산 여론 때문이라고 한다.

박종웅 의원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에 대한 영남 여론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朴의원을 내보냈다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스스로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손상될 것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보 측은 "YS가 정말로 후보를 외면했다면 韓전의원도 출마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韓전의원도 "YS가 마음 속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웅 의원은 "YS는 내가 후보로 나가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 것이고 이제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를 내든 YS와는 상관없다"면서 YS의 간접 지원설이 퍼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후보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다. YS에게 접근했으나 명분도 잃고 실리도 못 얻었기 때문이다. 후보의 신민주대연합론도 당분간은 묻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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