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40명도 표결 반대 … 세종시 수정안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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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8~29일 열릴 6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세종시 계획 수정법안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의 운명이 결정된다. 야당은 두 법안을 표결 처리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협상을 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여권에서는 무리하게 강행 처리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본회의에 계류되나=한나라당 친이계 임동규 의원은 27일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법안 4건에 대한 본회의 재부의요구서를 28일 의원 65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제출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계류된다.

문제는 본회의 표결 여부다. 수정안을 찬성하는 한나라당 친이계 중에서도 40명가량은 표결에 반대해 본회의 부의요구서에 서명을 안 했다. 친이 직계인 김영우·김용태 의원 등 초선 의원 상당수가 “본회의 표결은 국민에게 ‘오기의 정치’ ‘친이·친박 간 계파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임 의원이 주도한 재부의요구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성식 의원은 “수정안에 찬성하지만 의원 전원의 이마에 주홍글씨처럼 도장을 찍는 식의 표결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대표에 출마한 안상수·홍준표 전 원내대표와 정의화·황우여 의원 등 상당수 중진 의원도 서명에 불참했다. 이처럼 표결에 반대하는 의원이 제법 많은 것으로 드러나자 한나라당에선 ‘표결을 유보하고 본회의에 계류되도록 놔두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표결을 강행하긴 어렵다”며 “결론을 못 내면 9월 정기국회로 넘기자는 주장도 많다”고 말했다. 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도 변수다. 박 의장은 27일 “(표결 여부를) 깊이 고심 중”이라며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전적으로 믿어 보겠다”고 말했다.

◆“밤 12시~오전 5시만 금지하자”=헌법재판소가 지정한 집시법 개정 시한(30일)을 이틀 앞두고 한나라당은 27일 “밤 12시~오전 5시 심야 집회만 금지하자”고 수정 제안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에게 이같이 제안하며 “이들 심야 시간에도 해당 장소 거주자나 관리자의 동의를 받으면 집회·시위를 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도 두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종전안(오후 10시~오전 6시)보다 금지 시간대를 3시간 줄이고, 그마저 집회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백 의원은 “당내 의견을 들어보겠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주거 지역과 학교·군사시설 주변 등 일부에서만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선별적으로 집회·시위를 규제하자는 안을 고수해 왔다. 여야가 결국 합의에 실패하면 30일 이후엔 현행 일몰 후 집회 금지조항이 무효가 돼 24시간 집회가 가능하게 된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를 최후 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집시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정효식·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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