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씨 관련 6개사업중 3개 성사 포스코 '美 철강규제 완화' 최규선씨 도움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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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大中)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측근인 최규선씨가 포스코(옛 포항제철)에 줄을 댄 사업은 최근 4년 새 총 6건이다. 포스코는 이 가운데 실제로 ▶타이거풀스(TPI) 주식 매입▶미국 철강압력 완화 로비▶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과의 자문 계약 등 세건을 성사시켰다.

崔씨측은 그러나 ▶홍걸씨를 위한 벤처캐피털 설립 협조▶철강관련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아파트부지 매입 중개 등 세건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같은 사실은 유상부 회장과 홍걸씨를 소개한 것으로 확인된 포스코건설 조용경 부사장이 유병창 전무와 함께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밝힌 내용이다.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오늘 밝힌 내용은 내 양심을 걸고 정말 진실을 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혹받는 타이거풀스 주식매입=趙부사장은 "지난해 3월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과 함께 崔씨를 만난 자리에서 이 주식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崔씨는 자신이 타이거풀스의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로드쇼 책임자인데 국제적으로 알려진 포스코가 이 사업에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崔씨는 포스코에 대한 미국측의 철강규제(세이프가드) 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때였다. 崔씨는 이 과정에서 스칼라피노·베이커와 자문계약을 하도록 중개도 했다.

포스코는 이 덕에 대미수출 기준으로 한해 6천만~7천만달러의 손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게 趙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런데 포스코는 이 때 崔씨에게 로비성공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대가성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 후 포스코가 崔씨의 부탁을 받고 타이거풀스 주식을 비싼 값에 매입한 것이다.

포스코는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주당 3만5천원(70억원어치)에 포스코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사들였다.

타이거풀스의 액면가는 5천원이다. 일반인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외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로 당시 가격은 1만2천~1만2천8백원이었다.장외거래 사이트인 피스탁 관계자는 "지난해 4월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는 장외거래가 되지 않았겠지만 대체로 1만8천~2만원에 가격이 형성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거풀스 가격이 그동안 2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면서 "당시 포스코 계열사들이 주당 3만5천원에 주식을 샀다면 오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주식은 2만원에서 꼭지를 치고 내려오다가 지난해 11월에는 1만2천원이 됐으며 현재는 1천9백원 수준이다.

趙부사장은 이와 관련, "우리가 매입하기 직전 일부 업체가 주당 3만원에 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보다 더 좋아 향후 24만~25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자료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홍걸씨 위한 벤처캐피털 설립 추진=趙부사장은 "홍걸씨와 회장은 崔씨가 다리를 놓고 내가 소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8년 崔씨가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있을 때 자신은 박태준 총재의 자민련 비서실 차장으로 있을 때라 자연스럽게 만났다고 밝혔다. 이후 당에서 알고 있던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을 만나는 자리에 崔씨가 나와 친하게 됐다는 것이다. 崔씨는 金전부시장과는 권노갑씨의 비서로 함께 있어 친하다고 趙부사장에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崔씨는 이후 趙부사장을 '趙선배'라고 부르며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趙부사장은 "언젠가 崔씨가 홍걸씨가 불쌍하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한 후 한국에서 정착해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崔씨는 홍걸씨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주요 대기업 탐방을 주선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崔씨는 홍걸씨가 광양 등 공장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할 수 있도록 비행기 표까지 샀다. 그러나 당시 장마철이라 비행기가 뜨지 않자 취소하고 대신 유상부 회장을 만나게 주선했다는 것이다.

崔씨는 이때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의 자본 2억달러를 들여와 국내에 벤처캐피털을 세우려 하는데 벤처기업의 기술력·독자성·상업성 검증을 요구해와 어렵다"며 "공신력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회장은 이와 관련해 포항공대가 만든 벤처캐피털을 홍걸씨에게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회장은 "포스코는 철강만 하는 회사인데 그런 곳에 신경쓰지 못하니 포스텍기술투자라는 회사가 있으니 그곳 담당자와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어느날 崔씨측이 趙부사장에게 전화를 해 청와대에서 막으려 해 할 수 없이 포기한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포스코에 아파트 부지 매입 중개도=崔씨는 趙부사장에게 정치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는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자주 趙부사장에게 털어놨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崔씨는 趙부사장에게 서울 양재동과 부산 해운대지구의 땅 문서를 들고와 포스코건설이 사서 아파트를 지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趙부사장은 땅값이 너무 비싸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시래·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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