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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꼬리자르기'식 脫黨 안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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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DJ)대통령이 오늘 민주당을 탈당한다. 전임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이래 관례화되면서 대통령의 탈당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당적이탈이란 정부의 선거중립 의지의 표현이라는 가장 상식적인 정치행위일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에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기대를 담는다면 그 자체가 선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선거전략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DJ가 적절한 시기에 당 총재직을 버림으로써 곤경에서 벗어났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 국정파행이 속출했음에도 오히려 국민경선이라는 이벤트로 절대 열세를 역전시켰다. 정치와 무관함을 주장하는 청와대 상대의 야당공세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상황탈출이 가능했기에 이번에도 그 점을 강하게 의식하는 듯하다.

지금은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구체적 비리혐의가 제기되고, 현 정권 2인자라는 권노갑씨가 구속된 위기상황이다. DJ로서는 국민감정이 위험수위를 넘기 전에,대선 기세와 밀접한 6월 지방선거 훨씬 전에 사태를 추슬러야 한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선거중립을 위한 선의의 탈당이 아니라 정권재창출을 위한 계산된 탈당이라면 '위장 탈당'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탈당과 중립선언은 DJ의 불가피한 선택이자 후보를 위한 회심의 카드일 수 있다. 그러나 말만의 중립은 무의미하다. 위장탈당 시비가 제기돼선 안된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보이지 않는 손' 내지 음모론이 거듭되어선 중립은커녕 정치적 의혹과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지도 모른다. 전 국정원 2차장 김은성씨의 진술에서 드러났듯 뒷전에서 정치자금 모금 등 각종 공작이 계속된다면 중립내각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홍(弘)3 의혹'을 포함, 권력비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말 그대로 국정에 전념해야 DJ의 탈당과 중립이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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